TPP에 다급해진 中 ‘日 모시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5일 03시 00분


방중 외상 환대… 한중일 투자협정 약속亞진군 美엔 날 세워 서태평양서 군사훈련

세계 3위 경제국인 일본을 놓고 중국의 ‘구애(求愛) 공세’가 후끈 달아올랐다. 일본이 이달 중순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참여를 선언하면서 미국으로 기우는 듯하자 중국이 다급해졌다. 지난해 9월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충돌 이후 고자세로 일관하던 중국이 몰라보게 달라진 것이다.

중국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다음 달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23일 중국을 방문한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일본 외상을 직접 만났다. 외교장관 회담에 앞서 원 총리가 30분씩이나 면담 시간을 가진 것에 대해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4일 “이례적인 환대”라고 보도했다.

일본은 ‘올해 안에 한중일 투자협정의 실질적 합의’라는 기대 밖의 선물도 받았다.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은 외교장관 회담에서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의 조기실현을 위해 올해 안에 3국 간 투자협정의 실질적인 진전을 약속했다. 투자협정이란 투자자와 국가 간 분쟁 처리나 지식재산권 보호 등을 규정하는 조약이다.

한중일 3국은 각각 양자 간 투자협정을 맺고 있는데 1992년 맺은 한중 투자협정이 중-일 투자협정(1989년)보다 보장 범위가 넓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는 한중 투자협정에 준하는 3국 간 투자협정을 맺자고 요구해왔다. 일본으로서는 자국 기업의 투자보호 장치를 충실히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셈이다. 양국 외교장관은 동중국해에서의 해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정기 협의체 설치에도 합의했다.

중국이 이처럼 일본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중국을 둘러싼 국제환경이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말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에서는 미국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회원국이 남중국해에서 해군력을 확장하고 있는 중국에 항해의 자유 보장과 국제법 준수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3위 경제국인 일본이 TPP에 가입해 아태지역에서 미국의 존재감이 커지면 중국은 지역 내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

중국은 일본에 구애하는 한편으로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칼날을 벼리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이달 말 서태평양에서의 군사훈련을 위해 군함 6척을 파견하기로 했다. 상하이(上海)의 군사전문가 니러슝(倪樂雄) 씨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중국 해군 훈련은 최근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미국의 움직임에 대한 대응”이라고 말했다. 베이징(北京)의 해군 전문가 리제(李杰) 씨도 “군사훈련은 단순한 행동이 아니며 많은 이유와 목적이 있다”며 “남중국해에서 우리의 영토 주권을 방어할 수 있다는 것을 외부에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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