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방문을 마치고 24일 출국한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는 “쿠데타로 인해 자신이 세운 홍수 대처 계획이 무산돼 아쉽다” 고 말했다.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한국과의 인연이 깊습니다. 집안 어른이 한국전쟁에 참전하기도 했고…”
태국의 홍수 피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한국의 4대강 사업을 벤치마킹하려 내한했던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61)가 남한강 여주보와 금강 세종보를 시찰하고 24일 출국했다.
그는 23일 태국 홍수의 주범인 짜오프라야 강을 1년간 연구했다는 수자원공사로부터 수해방지대책에 대해 들었다. 서울로 돌아오는 KTX 열차 안에서 본보의 단독인터뷰에 응한 그는 “한국의 경험을 정리해 여동생인 잉락 친나왓 총리에게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넓은 평원을 지닌 태국의 지형은 산이 많은 한국과 다르지만 강의 폭과 깊이를 확장한 방법이나 홍수통제시스템은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 느꼈다”고 말했다.
또한 “홍수 피해가 150억 달러(약 17조 원)에 이를 정도로 극심하지만 충분히 극복할 수가 있고 변화를 모색하는 태국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IT 전문가답게 그는 수자원공사의 홍수통제시스템실에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황필선 물관리센터장이 “슈퍼컴퓨터로 4대강의 수량 예측 및 대응 방안을 결정한다”고 설명하자 “더 경제적인 병렬 컴퓨팅으로도 가능한 것 아니냐”고 되묻기도 했다. 또한 4대강 유역 농민의 피해나 보상방안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였다.
그는 자신을 둘러싼 국제적 외교 논란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태국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형을 선고받고 태국 입국이 거부된 상태다. 이에 대해 그는 “쿠데타로 민주정치가 후퇴했을 뿐만 아니라 지난 5년간 외국에서 충분히 희생을 치렀다”며 “지난 10년간 5번의 선거에서 모두 압승을 거둔 정치 지도자에게는 가혹한 처사”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목표가 태국의 현대화에 있었지만 왕정주의자와 군부의 반대로 실패했다”면서 “특히 2005년도 자신이 세운 홍수방지 계획이 쿠데타로 사장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번이 세 번째 한국 방문이라는 그는 “한국전쟁에 참전한 삼촌이 있으며 내가 관여했던 태국의 첫 민영방송 ITV를 통해 2000년대 초반 한국의 드라마가 대거 소개돼 한류가 동남아시아에 퍼지는 계기가 됐다”며 한국과의 특별한 인연을 강조했다.
그는 “아주 유익한 방문이었고 태국을 혁신하는 데 중요한 근거 자료로 쓰일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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