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빚이 국내총생산(GDP)의 두 배에 이르는 일본이 정부 지출을 줄이기 위해 사회적 약자에게 돌아가는 혜택까지 줄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국민연금 지급액을 물가하락폭에 맞춰 줄이기로 한 데 이어 생활보호대상자(생보자)의 의료비 무상 혜택 폐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같은 세입세출 구조조정 논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 국제신용평가사들의 일본 국가신용등급 강등 위협에 따른 것이다.
25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집권 여당인 민주당은 생보자의 의료비를 전액 세금으로 충당하는 현행 ‘의료부조’ 제도를 자기부담 원칙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저소득층의 반발을 감수하고 민주당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생보자가 해마다 크게 늘면서 재정 압박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일본의 생보자는 올 7월 말 현재 205만 명을 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이들에 대한 무상의료 지출도 3조 엔(2009년)을 크게 넘었다.
이와 함께 총리를 의장으로 하는 행정쇄신회의는 내년부터 3년간 국민연금 지급액을 해마다 1%씩 줄이는 국민연금 쇄신안을 마련했다. 국민연금은 물가에 연동되지만 자민당 정부 시절인 1999년부터 3년간 물가가 하락했음에도 ‘고령자 생활 배려 특례’를 만들어 지급액을 낮추지 않았다. 이 때문에 연금 수령자들은 3년 동안 실제로 받아야 할 연금보다 2.5% 많이 받았다.
일본 정부는 극빈생활자와 고령자연금에까지 손을 대야 할 정도로 재정이 심각하다. 재무성에 따르면 올 6월 말 현재 국가채무잔액은 역대 최고인 944조 엔이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479조 엔)의 두 배에 육박한다.
올 초 일본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낮춘 S&P 등 국제신용평가사들은 “디플레이션의 장기화와 함께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지출이 확대되고 있어 일본 정부의 근본적인 개혁이 시급하다”며 추가 강등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는 세수 기반을 확충하는 데 안간힘을 쏟고 있다. 국가공무원 월급을 평균 7.8% 인하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데 이어 2013년부터 고소득자의 세 부담을 높이기 위해 ‘부유세’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또 현행 5%인 소비세율(한국의 부가가치세)을 2015년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해 10%까지 끌어올리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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