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충칭(重慶) 시 보시라이(薄熙來) 당서기는 사상적으로 ‘마오쩌둥 시대로의 회귀’를 주장하며 ‘적색 캠페인’을 벌여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을 갓 졸업한 그의 아들 보과과(薄瓜瓜·23)는 붉은색 페라리를 몰고 다녀 대중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올 9월 베이징(北京)에서는 15세에 불과한 한 소년이 BMW를 몰다 다른 차를 심하게 들이받고서도 오히려 큰소리를 치는 사건이 인터넷에 퍼져 누리꾼들이 분개한 일이 있었다. 소년은 고위 장성의 아들로 아버지의 권세를 등에 업고 행패를 부렸다. 파문이 커지자 그는 1년간 경찰 교화 시설에 보내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국가부주석급 고위직을 지낸 인사의 아들인 젊은 남성이 호주에 3240만 달러(약 372억 원)짜리 맨션을 구입한 것이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이처럼 요즘 중국에서 혁명 공신이나 전현직 고위층 자녀들인 이른바 ‘태자당(太子黨)’이 정치권력은 물론이고 경제적 부(富)를 함께 장악해 감에 따라 대중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6일 전했다. 공산당이 일당 장기 집권을 하면서도 노동자·농민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으나 태자당이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 모습들이 대중에게 노출되면서 공산당의 ‘적색 정통성(혁명 정신을 이어 받은 정당이라는 믿음)’도 도전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태자당의 약진은 내년 8차 공산당 당 대표자회의에서의 지도부 교체를 앞두고 정치 현안이 되고 있다.
물론 현재는 중국 고위 지도부 구성에서 태자당과 비태자당 출신이 나란히 포진해 있는 형국이다. 현재 대표적인 태자당 인사로는 개혁 개방의 주역 중 한 명이었던 시중쉰(習仲勳)의 아들인 시진핑(習近平) 부주석, 장인인 야오이린(姚依林)이 부총리를 지내 태자당으로 분류되는 왕치산(王岐山) 부총리, 전 국무원 부총리 보이보(薄一波)의 아들인 보시라이 서기 등을 꼽을 수 있다. 반면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등은 ‘비태자당’ 출신이다. 하지만 시 부주석이 내년에 국가주석에 오르면 처음으로 태자당 출신 최고 지도자가 등장하는 등 고위층 자제들의 약진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고위층 자녀들의 기업 운영에 대한 시각도 곱지만은 않다. 중국에서 에너지 전자 항공 은행 등 상당수의 대규모 기업은 정부 소유로 되어 있는 등 경제체제가 정부 권력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태자당이 운영하는 기업에는 불공정한 특혜를 주고 있을 것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공산당 기관지인 런민(人民)일보의 지난해 조사에서도 ‘중국에서 부자는 정치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91%에 달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청리 연구원은 “일반 대중은 태자당이 정치권력과 경제적 부를 한꺼번에 거머쥐는 것에 대해 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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