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한국, 온실가스 의무감축 동참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30일 03시 00분


유럽연합(EU)이 한국 정부에 ‘2020년 이후 온실가스 의무감축국에 합류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는 “폴란드 국적인 토마시 코즐로프스키 주한 EU대사가 18일 유영숙 환경부 장관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고 29일 밝혔다.

환경부에 따르면 이날 정부과천청사를 방문한 코즐로프스키 대사는 정부 측에 “2020년 이후 온실가스 주요 배출국이 모두 참여하는 새로운 기후변화 체제를 한국이 지지해 달라”며 의무감축국 동참을 제안했다. 한국은 세계 9위 온실가스 배출국이다. 또 최근 20년간 배출량이 갑절 가까이 늘어나는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배출량 증가율 1위(103%)다. 하지만 한국은 온실가스 비(非)의무감축국에 속해있다.

이번 요청은 EU가 직접 나서 한국을 포함해 중국 인도 등 온실가스 비의무감축국도 2020년 이후 온실가스 저감목표치를 국제적으로 공표한 후 이를 의무적으로 감축해달라고 제안한 것이다.
▼ 선진국 의무만 강조한 ‘교토의정서’ 폐기 움직임 ▼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정해진 곳은 1997년 일본 교토에서 열린 3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 당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의정서인 일명 ‘교토의정서’가 채택됐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 41개국은 2008∼2012년 온실가스배출량을 1990년 대비 5.2% 감축해야 한다는 것이 의정서의 골자다. 또 2020년까지의 자발적 감축량도 선진국별로 정해졌다. 반면 한국 중국 인도 멕시코 등 150여 개발도상국은 비의무감축국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교토의정서는 내년 말로 종료된다. 이후 한국을 온실가스 의무감축국에 포함시키려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EU를 비롯해 미국 중국 등 세계 주요국은 현재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리고 있는 제1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총회(28일∼다음 달 9일)에 참석해 교토의정서 체제 이후 온실가스 감축 방안에 대해 첨예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선진국은 “개도국도 의무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개도국은 “산업화가 일찍 시작돼 지속적으로 온난화를 가속시킨 선진국만 의무적으로 감축해야 한다”고 맞섰다.

변수는 개도국 중 한국 중국 등을 제외한 상당수 국가는 최근 기상이변으로 피해를 본 최빈국이라는 점이다. 이들 개도국은 “온실가스를 많이 내뿜는 나라는 모두 의무감축국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선진국의 주장에 동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총회 결과에 따라 한국도 온실가스 의무감축국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정부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 30%를 줄이겠다”고 선언하는 등 자발적 감축을 통해 의무감축국이 되지 않으려 노력해왔다. 의무감축국이 되면 국제사회의 엄격한 검증과 감시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감축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향후 감축치를 더 높게 설정하는 등 페널티도 적용돼 기업과 산업계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

실제 온실가스 6%를 의무적으로 감축하기로 한 일본은 목표치 달성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특히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전력난으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자 온실가스 감축목표량과 페널티를 줄여달라고 국제사회에 요청하기도 했다. 또 29일에는 2013년부터 시작되는 교토의정서의 후속 체제 논의에서 조건부 탈퇴를 선언했다. 일본 정부는 29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 주재로 열린 지구온난화 문제에 관한 각료회의에서 일부 선진국에만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부과되는 교토의정서 체제가 단순 연장되면 교토의정서 체제에서 빠지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일본 정부는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이 개도국으로 분류돼 의무감축국이 아니고 2위 배출국인 미국도 교토의정서를 비준하지 않았다”며 탈퇴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 중국 등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개도국도 모두 의무감축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일본뿐만 아니라 캐나다 러시아 등도 선진국만 온실가스를 의무감축하는 교토의정서 연장에 강력 반발하고 있어 향후 한국에 대한 압박은 더욱 세질 것으로 보인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 교토의정서 ::

지구온난화 규제에 관한 국제협약인 기후변화협약의 구체적 이행 방안으로 1997년 일본 교토(京都)에서 채택됐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해온 선진국이 지구온난화의 책임이 크다는 것을 인정해 선진 38개국에 우선 감축의무가 부과됐다. 1차 의무감축국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 동안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수준을 기준으로 평균 5.2%를 줄여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