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재선 코드는 ‘루스벨트 新국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8일 03시 00분


1910년 명연설 캔자스주 찾아 “경제 불평등 바로잡겠다” 선언

“경제 불평등이 미국을 분열시키고 있습니다. 부유층을 위한 공화당의 정책은 민주주의를 왜곡시키고 있습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6일 100년 전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주창했던 ‘신국가주의’를 거론하며 “모든 계층을 대변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연설한 캔자스 주 오사와토미는 1910년 루스벨트가 “정부는 일부 계층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위한 대의기구가 돼야 한다”는 내용의 명연설을 했던 곳이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대통령이 루스벨트의 신국가주의를 100년 만에 부활시키며 포퓰리즘 코드를 전면에 내세웠다”며 “계층 불평등이 앞으로 오바마 재선 캠페인의 핵심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루스벨트를 부각시킨 것은 100년 전 비슷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공화당 출신의 루스벨트가 자신과 동일한 진보적 정책 노선을 추구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루스벨트 대통령은 자유시장경제 옹호자였지만 자유시장은 공정하고 열려있고 정직한 경쟁이 보장될 때 그 원리가 작동하는 것으로 이해했다”며 “루스벨트는 이곳에서 연설한 후 사회주의자, 공산주의자라는 소리까지 들었지만 당시 그가 주창했던 원칙 때문에 미국은 지금 더욱 부강한 나라, 강력한 민주주의 나라가 됐다”고 역설했다.

그는 “현재 공화당의 정책은 중산층이 아니라 부유층을 위한 것”이라며 일자리법안을 반대하는 공화당을 강력 비판했다. 연설 도중 수차례 “중산층을 위한 경제적 안전장치를 만들어주는 것이 정부와 정치권의 역할”이라며 중산층-부유층 대립구도의 날을 세웠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민주당이 주장하는 지불급여세 추가 감면을 공화당이 반대하는 것에 대해 “지금 중산층은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는데 공화당은 부유층 감세에만 골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4500명의 청중을 대상으로 취임 후 가장 긴 55분 동안 진행된 연설은 지금까지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 중 공화당에 대한 비판 수위가 가장 높았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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