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운 3300달러 돌려주고 인생을 바꾼 노숙인

  • 입력 2011년 12월 13일 03시 00분


美 탤리 씨 감동 재활스토리
쏟아지는 취업제의 마다하고 노숙인센터 무보수 인턴 근무… 정직원 되고 대학진학 꿈 키워

주운 돈을 주인에게 돌려준 선행으로 노숙인 생활을 접고 농원 관리인으로 재활에 성공한 데이브 탤리 씨. 사진 출처 유에스에이투데이
주운 돈을 주인에게 돌려준 선행으로 노숙인 생활을 접고 농원 관리인으로 재활에 성공한 데이브 탤리 씨. 사진 출처 유에스에이투데이
지난해 11월 미국 애리조나 템피 기차역. 노숙인 데이브 탤리 씨(49)가 3300달러(약 380만 원)가 든 가방을 우연히 발견했다. ‘이 돈을 주인에게 돌려줄 것인가, 그냥 가질 것인가.’ 그는 고민에 빠졌다. 마약과 알코올 중독으로 6년 전 노숙인으로 전락한 그는 그 돈으로 마약과 술을 살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돌려주기로 결정했다.

“내가 번 돈도 아니고 주인은 이 돈이 정말로 필요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는 가방에서 주소를 찾아 주인에게 돌려줬다. 대학생이었던 가방 주인은 “자동차를 사는 데 쓸 돈이었다”며 그에게 연신 고맙다고 했다. 사람들로부터 무시만 당해오던 탤리 씨는 오랜만에 칭찬을 듣자 새로 태어난 듯한 기분이었다. 그에게는 행운의 시작이었다. 유에스에이투데이는 선행 덕분에 노숙인 생활을 접고 건실한 사회인으로 거듭난 탤리 씨의 가슴 훈훈한 스토리를 11일 보도했다.

지역 신문에 실렸던 그의 선행이 미 전역에 알려지면서 각지에서 온정이 답지했다. 1만 달러의 자선기금이 모였고 여기저기서 취업 제의가 들어왔다.

‘이 돈을 가지고 다른 곳으로 가서 새 출발을 할 것인가.’ 그에게 또 한 번 결정의 순간이 찾아왔다.

그는 노숙인으로 힘든 삶을 살았던 곳에서 다시 일어서기로 했다. 취업 제의를 모두 사양하고 자신을 도와준 노숙인센터에서 운영하는 도시 농원의 무보수 관리 인턴으로 취직했다. 쓰레기통에서 먹을 것을 뒤지며 살았던 그에게 노숙인 식사 재료를 공급하는 농원을 관리하는 일은 큰 의미가 있었다. 또 아파트를 얻는 대신 노숙인센터에 그대로 머물면서 취소된 운전면허를 재발급받고 중독 재활 교육을 받는 데 자선금을 사용했다.

그는 올 6월 농원의 정식 관리인으로 승진했다. 노숙인이 된 후 처음으로 캘리포니아에 사는 부모도 찾아갔다. 노숙인이 되기 전 조망관리사와 정원사로 일했던 그는 대학에서 원예를 더 공부하는 게 꿈이다. 그는 돈을 돌려준 자신의 선행에 대해 “생판 알지 못하는 나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기회를 준 사람들의 선행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탤리 씨는 최근 노숙인센터가 바로 마주 보이는 곳에 허름한 아파트를 얻었다. 퇴근 후 아파트 문을 열기 위해 열쇠를 꽂을 때마다 감회에 젖는다고 한다.

“내가 살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은 큰 특권입니다. 그리고 그 특권은 반드시 내가 열심히 일해서 얻은 것이어야 하고요.”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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