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애튼버러 경, 또 다큐조작 파문

  • 입력 2011년 12월 14일 03시 00분


BBC ‘얼어붙은 지구’ 시리즈 동물원 북극곰 화면 사용

갓 태어난 새끼들이 어미 곰의 품에 안겨 잠을 자는 모습. 조작 논란이 된 장면이다. 사진 출처 데일리미러
갓 태어난 새끼들이 어미 곰의 품에 안겨 잠을 자는 모습. 조작 논란이 된 장면이다. 사진 출처 데일리미러
세계적인 환경운동가이자 자연 다큐멘터리 감독인 영국의 데이비드 애튼버러 경(85·사진)이 최근 제작한 다큐멘터리에서 북극곰 화면을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의 화면은 생동감 넘치는 화면과 탄탄한 내용으로 회당 800만 명의 시청자를 끌어모은 BBC의 명품 자연 다큐멘터리 ‘얼어붙은 지구(Frozen Planet)’의 5편(11월 23일 방영분) ‘겨울’의 한 부분이다. “한겨울 눈 밑 비탈에서 새 생명이 시작된다. 귀여운 새끼들은 아직 눈을 뜨지 못한다. 북극곰 가족들은 두 달 뒤에 눈 비탈에 나타날 것이다”라는 애튼버러 경의 해설과 함께 눈발이 휘날리는 얼음동굴에서 갓 태어난 새끼들이 어미 곰의 품에 기대어 잠을 자는 감동적인 근접 촬영 장면이었다.

이 장면은 북극의 광활한 자연에서 음식물을 찾아다니는 곰과 함께 편집돼 누가 봐도 북극에 사는 곰 가족의 생활로 인식됐다. 그러나 누리꾼들은 화면에 등장한 곰이 포획된 것 같고 동굴에 휘날리는 눈도 진짜가 아니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결국 BBC는 문제의 장면이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 네덜란드의 한 동물원에서 촬영된 것이라고 실토했다.

이에 존 위팅데일 영국 하원 문화미디어체육위원회 위원장은 “너무 실망스럽다. 그릇된 인상을 줄 수 있다”며 “해설에서라도 그 사실을 솔직하게 공개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애튼버러 경은 방송 인터뷰에서 “만약 직접 북극의 곰 동굴에서 촬영하려 했다면 어미 곰은 새끼를 죽였거나 카메라맨을 죽였을 것”이라며 “동물원 촬영은 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이어 “해설 중에 동물원에서 촬영됐다는 설명을 넣었더라면 다큐멘터리의 분위기를 해쳤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애튼버러 경과 BBC가 북극곰 화면을 조작한 건 1997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1997년에는 북극곰이 새끼들과 장난치는 장면이 독일의 한 동물원에서 촬영된 것으로 밝혀져 비판을 받았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