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왔다” 이라크에서 돌아온 한 미군이 12일 텍사스 주 포트블리스 기지에서 마중 나온 어린 아들을 품에 안고 환하게 웃고 있다.
12일 오후 5시 미국 텍사스 주 포트블리스 기지 내 군인 여객터미널. 터미널이라기보다 대형 강당 같은 이곳은 올해 9월부터 이라크에 주둔했던 미군의 철수가 본격화하면서 한 주에 한두 번 환영행사가 열린다. ‘아빠 보고 싶었어요’ ‘나는 당신이 자랑스럽습니다’라고 적힌 포스터를 들고 귀환 장병들을 기다리는 가족들로 북적였다.
환영 행사 인파에 섞여 있던 바이런 아이슬러 상사(31)는 성조기 모양의 풍선 3개와 하트 모양의 핑크색 풍선 2개를 들고 수줍은 듯 홀로 앉아 있었다. “누구를 기다리느냐”고 묻자 “보급병으로 이라크에 파병된 동료이자 아내를 기다린다”고 했다. 첫사랑을 고백하듯 설레는 표정이었다. “7월 28일 집사람과 함께 이라크에 갔어요. 하지만 나는 모술로, 아내는 타지라는 곳으로 배치받는 바람에 한 번도 얼굴을 볼 수가 없었어요.”
그의 옆에는 신시아 메드라노 씨가 모친과 언니, 세 딸과 함께 남편을 기다리고 있었다. 남편은 이번이 무려 4번째 이라크 배치였다고 한다. 메드라노 씨는 “무엇보다 크리스마스를 함께해서 정말 기쁘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장병들이 들어올 문 바로 앞에 앉아 어머니와 함께 남편을 기다리던 브렌다 마르티네즈 씨는 1월에 결혼한 신혼부부다. 그는 “남편은 당초 1년 있을 생각으로 7월 말 쿠웨이트에 배치받았지만 이라크 철군이 결정되면서 예정보다 빨리 돌아오게 됐다”며 “무사히 돌아와줘서 무척 고맙고 자랑스럽다”고 했다.
아들이 이라크에서 근무하는 동안 태어난 손자를 담요에 안고 며느리와 함께 아들을 기다리던 앵기 소일루 씨는 “1년 동안 이라크에 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아들이 5개월 만에 무사하게 돌아와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라크에서 포트블리스 기지로 귀환하는 장병은 제1기갑사단 제4전투여단 소속으로 파병된 3400명 가운데 270명이다. 이들은 이라크에서 헬기를 타고 쿠웨이트로 이동한 뒤 22시간의 장거리 비행 끝에 고국의 품에 안겼다. 2001년 9·11테러 이후 이곳을 거쳐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으로 총 23만5000명이 떠났고 57명이 전사했다. 아직도 아프가니스탄에 4000명, 이라크에 1500명가량이 남아 있다.
여객터미널에는 자원봉사자들의 열기도 뜨거웠다. 팝콘을 만들어 군인 가족들에게 무료로 나눠주던 트레이시 매킨지 씨는 “아빠와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들에게 주려고 준비했다”며 “군인들의 헌신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선물”이라고 말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고 뛰었던 젊은이들의 귀환은 미국 사회가 최고의 예우로 맞이하는 이벤트다. 차가운 주검으로 돌아올 때는 대통령을 비롯해 온 사회가 애도하고, 이날처럼 무사 귀환할 때는 온통 축제 분위기에 젖는다. 드디어 오후 6시 장병들을 태운 전세비행기가 빅스 육군비행장에 미끄러지듯 착륙했다. 가족들의 환호성과 박수가 가득했다. 군악대의 팡파르가 우렁차게 울려 퍼지는 가운데 대너 피터드 포트블리스 총사령관(소장)이 비행기 트랩 앞에서 귀환하는 장병들을 일일이 맞으며 악수를 했다. 피터드 총사령관은 “웰컴 홈.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여러분이 자랑스럽다”며 장병들의 어깨를 두드렸다.
소총을 들고 중무장한 병사들은 한 사람 한 사람 트랩에서 내려와 피터드 총사령관을 비롯한 12명의 군 지휘부와 포옹을 했다. 마침내 장병들이 귀환증명 절차를 마친 오후 7시 터미널 철문이 열렸다. 환영식장은 환호와 기쁨, 눈물이 가득한 축제의 장으로 바뀌었다. 크리스마스를 2주 앞둔 이날이 바로 군인 가족들에겐 ‘메리 크리스마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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