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2만 中어촌 넉달째 ‘시위 해방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16일 03시 00분


광둥성 광저우 우칸 주민들 “토지수용 부패 척결” 요구
마을 도로 막고 공안과 대치

중국 광둥(廣東) 성의 바닷가 마을에서 넉 달째 대형 시위를 벌이고 있는 주민들이 공안과 공무원을 모두 내쫓고 마을을 ‘작은 해방구’로 만들었다. 공권력을 되찾기 위한 당국의 강제진압이 벌어질 경우 대규모 유혈사태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인구 2만 명의 광둥 성 광저우(廣州) 우칸(烏坎)에서 주민들이 마을 입구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해 공안과 대치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15일 보도했다. 마을로 향하는 도로에는 마을 주민이 널빤지에 쇠못을 박아 만든 차량 저지용 장비도 설치했다.

마을에서 철수한 공안은 마을 외곽 약 6km 지점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해 진출입 차량에 대한 검문 및 수색을 실시하고 있다. 또 마을에 음식과 물의 공급도 차단했다. 사실상 마을이 봉쇄됐다는 말도 나온다.

마을 내에서는 성난 주민들이 ‘부패 척결’ ‘탐관오리를 때려잡자’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집회를 열고 있다. 시위의 발단은 올해 9월 이 마을 공산당 위원회가 마을 토지를 헐값에 수용한 뒤 이를 부동산 개발업자에게 거액을 받고 판 것이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민들이 들고일어났다. 주민들은 그동안 광저우 시내에서 시위하는 등 수차례 대규모 시위를 하면서 해결을 요구했다.

시위는 지난주 공안에 체포돼 구류돼 있던 시위 주동 인물인 쉐진보(薛錦波·42) 씨가 11일 사망한 사실이 발표되면서 급격히 격화됐다. 공안은 그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발표했으나 주민들은 “쉐 씨의 몸 곳곳에 멍이 들어 있었고 3곳이 골절돼 있었다”면서 타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상급 지방정부는 시위 주동자들을 엄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한편 공무원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약속했다. 또 이미 마을 위원회 간부를 처벌했으나 주민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가 강제 진압에 나설 경우 상당한 충돌이 예상된다.

한편 이 마을처럼 지방 말단 공무원들이 농토를 강제 수용해 불법으로 개발상에게 고가로 파는 일이 성행해 중국 중앙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토자원부는 지속적인 단속과 함께 위성사진 분석기법을 동원해 감시하고 있다.


농촌문제 전문가인 위젠룽(于建嶸) 중국 사회과학원 교수는 “중국 농촌에서 발생하는 대형 시위의 65%가 토지 관련 분쟁”이라고 말했다. 위 교수는 1990년 이래 지방정부가 저가에 강제 수용한 농지는 1660만 에이커(약 6만7178km²)로 시가와의 차이가 약 2조 위안(약 365조 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중국의 토지는 모두 국가 또는 집단 소유다. 매매대상은 토지에 대한 사용권으로, 용도에 따라 사용기간(30∼70년)은 다양하다. 사용기간이 만료된 뒤에 어떻게 할 것인지는 현재 정해지지 않았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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