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려던 러시아의 꿈이 18년 만에 이뤄졌다. 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제8차 WTO 각료회의에서 옐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 경제개발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러시아의 WTO 가입 문서 서명식이 열린다.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유일하게 WTO의 비회원국인 러시아는 1993년 WTO 가입을 신청했다. 지난해 기준 국내총생산(GDP)이 1조4650억 달러(약 1698조 원)로 세계 11위인 러시아가 가입할 경우 WTO는 세계 무역의 99%를 관장하게 된다.
러시아의 유럽연합(EU) 상주대표 블라디미르 치조프 씨는 “러시아는 국내 비준 절차 등을 거쳐 내년 여름 WTO의 완전한 회원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WTO 각료회의 승인 후 220일 안에 국내 비준 절차를 마쳐야 하는데 이후 관세 인하와 서비스 부문 개방 등을 위해 5∼7년의 이행기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154번째 회원국이 될 러시아의 WTO 가입은 지난달 10일 EU를 포함한 62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실무그룹 회의에서 결정됐다. 최종 걸림돌이었던 조지아(옛 그루지야)와의 양자협상이 타결됐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2006년 미국이 지지하면서 WTO 가입을 눈앞에 뒀지만 2008년 8월 조지아 내 자치지역인 남오세티야, 압하지야 공화국을 놓고 조지아와 ‘5일 전쟁’을 벌이면서 가입 행보에 급제동이 걸렸다. WTO 가입은 회원국 만장일치로 이뤄지는데 조지아가 러시아의 WTO 가입에 계속 거부권을 행사한 것.
지난달 초 중재에 나선 스위스는 ‘두 자치공화국과 러시아 간 국경 검문소에 국제 감시요원을 배치하고, 이 지역 교역 자료를 조지아에 제공한다’는 내용의 협상을 타결시켰고 조지아가 더는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편 KOTRA는 ‘러시아의 WTO 가입과 우리의 활용방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가 한국의 5대 수출시장으로 떠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가 WTO에 가입하면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이 크게 낮아져 한국의 대러시아 수출이 올해 100억 달러에서 2015년에는 200억 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KOTRA는 밝혔다. 대러시아 수출 규모가 현재 11위에서 5위로 급부상하게 되는 것.
러시아에 수출하는 국내 기업 70곳을 KOTRA가 설문한 결과 정보기술(IT) 제품, 자동차부품, 자동차, 가전제품, 생필품, 식품의 수출이 유망할 것으로 예상했다. 박진형 KOTRA 정보컨설팅본부장은 “2002년 중국의 WTO 가입 후 우리 수출이 크게 늘어난 것처럼 러시아의 WTO 가입으로 수출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리 기업들은 때를 놓치지 말고 시장을 선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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