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7100만 명의 콩고민주공화국에는 청각장애인이 140만 명에 이른다. 이들 중 대다수는 1998∼2003년 400만여 명이 사망했던 내전에서 청력을 잃었다. 이들은 문자메시지를 통해 단순한 생활정보부터 혹시 모를 긴급 상황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아 왔다. 휴대전화가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수단인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고립무원의 상황에 빠졌다. 14일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정부가 공공질서 유지를 빌미로 3일부터 모든 휴대전화의 문자메시지 차단 조치를 내렸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치러진 대통령선거의 부정 의혹이 제기되면서 문자메시지를 통해 반정부 시위 결집 조짐이 일자 문자메시지 자체를 금지한 것이다.
이어 9일 선거관리위원회가 조제프 카빌라 현 대통령이 재선됐다고 발표한 이후 수도 킨샤사 전역에서는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폭력 약탈 사태가 벌어졌다. 정부는 군인 2만여 명을 동원해 소요사태를 진압했다. 수도 곳곳에서 총탄과 최루탄이 난무했고 세상과 소통이 끊긴 청각장애인들의 공포는 배가됐다. 경찰 당국은 단속 과정에서 4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BBC는 다음 주로 예정된 카빌라 현 대통령의 취임식이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선거에서 패배한 야당의 에티엔 치세케디 후보는 15일 대규모 시위를 열겠다고 밝혔다.
앞서 국제 선거감시 단체인 카터센터는 10일 성명을 통해 일부 지역의 투표용지가 다량으로 분실됐다며 선거 부정 의혹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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