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9번 교향곡’은 청력상실의 선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3일 03시 00분


청력 잃어가며 음계도 변화… 완전상실후 높은 음 많이 써

‘남보다 더 완전해야 할 감각이 병들어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한단 말인가.’

‘음악의 성인’ 베토벤(사진)이 1801년 청력을 잃기 시작한 이듬해부터 좌절감에 쓴 ‘하일리겐슈타트 유서’의 한 대목이다. 청력 상실이 베토벤의 음악에 영향을 주었다는 것을 밝히는 체계적인 연구가 나왔다고 AFP통신이 22일 보도했다.

네덜란드 대사체분석센터 연구팀이 21일 ‘영국의학저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베토벤은 1801년부터 점차 청력을 잃어가면서 작곡 스타일도 변해 갔다. 연구팀은 베토벤이 본격적으로 작곡을 시작한 1798년부터 숨지기 전해인 1826년까지를 4개의 시기로 나눈 뒤 각 기간에 작곡된 현악 4중주의 악보 중 1악장 제1바이올린 파트에서 사용된 음계를 비교했다. 높은 솔(G6) 음계보다 높은 음계가 전체 악보에서 어느 정도 사용됐는지를 조사한 것.

청력을 잃어가는 초기에는 높은 솔보다 높은 음계가 약 8% 사용됐다. 하지만 1805년 베토벤이 가까운 곳에서 연주되는 목관악기 소리도 잘 듣지 못하게 됐을 때는 음계를 정확하게 듣기 위해 낮은 음을 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베토벤이 이때 작곡한 현악 4중주에서 사용된 높은 솔보다 높은 음계는 약 5%였다. 필담으로 대화를 나눠야 할 정도로 청력이 나빠진 1812년부터는 높은 음계 사용비율이 2%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완전히 청력이 소멸된 1824년에는 오히려 높은 음계 사용비율이 4%까지 올라갔다. 이 시기에 작곡된 ‘9번 교향곡 4악장’에는 합창곡인 ‘환희의 송가’가 들어 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청력을 완전히 잃어 머릿속에서만 들리는 음에 의존하게 됐을 때부터 베토벤은 오히려 자신이 추구했던 초기 작품 스타일로 돌아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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