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대선 D-10]양안 안정론 vs 대만 주권론… 마잉주-차이잉원 초박빙 격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4일 03시 00분


“탐욕스러운 부패집단(민진당)이 다시 국가와 국민의 재산을 노략질하는 것을 막지 않으면 안 된다.”(국민당 마잉주 총통이 2일 당원에게 보낸 편지)

“집권당(국민당)을 지지하면 대만의 민주주의는 후퇴한다.”(차이잉원 민진당 주석이 2일 유세장에서)

대만 대선(14일)이 열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만 전체가 뜨거운 선거 열기에 휩싸여 있다. 이번 대선엔 재선을 노리는 마잉주(馬英九·62) 총통과 4년 만에 정권 탈환에 나선 차이잉원(蔡英文·56) 민진당 주석이 맞붙었다. 제3후보인 쑹추위(宋楚瑜·70) 친민당 주석의 지지율은 10% 이하이다.

세계적으로 무려 60개국에서 대선이나 총선이 치러지는 ‘지구촌 리더십 선택의 해’의 스타트를 끊는 이번 대만 대선 결과는 미-중의 대(對)아시아 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목된다.

3일 현재 현지 언론의 여론조사를 보면 마 총통이 차이 주석을 3∼8%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대만 국립정치대 시장예측연구센터의 시뮬레이션에서는 차이 후보가 마 후보를 6.7%포인트 차로 눌렀다.

막판 변수로는 중국발 안보 이슈가 꼽힌다. 마 총통을 내심 지지하는 중국이 행동에 나서면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중국의 미사일 실험 가능성 등이 나오고 있다.

올해부터 대선과 총선을 동시에 치르기 때문에 유권자들의 견제심리가 어디로 튈지도 미지수다. 마 총통과 지지 기반이 겹치는 쑹 주석의 완주 여부도 관심을 모은다.

이번 선거의 관전 포인트는 양안(兩岸) 정책의 차이다. 마 총통은 1992년 중국과 대만이 합의한 ‘하나의 중국 공동인식(92공식·共識)’에 기초한 친중 정책을 표방하고 있다. 반면 차이 주석은 대만 주권론을 내걸고 있다. 그는 “대만이 주권 독립국가라는 점은 나의 신앙”이라고까지 말했다.

중국은 마 총통 편이다. 중국과 대만은 민진당의 천 전 총통이 재임시절(2000∼2008년) ‘일변일국론(一邊一國論)’을 주장하며 대만 독립을 표방하자 극도의 긴장관계를 겪었다. 올해 10월 지도부 교체를 앞두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이번 선거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달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의 양이(楊毅) 대변인은 “(대만이) 과거로 돌아가면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미국도 은근히 마 총통을 지원하는 분위기다.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차이 추석이 당선되면 미-중이 대만 문제로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마 총통과 차이 주석은 최고 엘리트 산실인 국립대만대 법학과를 나왔다. 마 총통이 6년 선배다. 또 국립정치대에서 교수를 지냈다. 서로 ‘마 교수’ ‘차이 교수’라고 부를 정도로 친했다.

하지만 출신은 다르다. 마 총통은 홍콩에서 태어난 외성인(外省人)이다. 외성인은 국민당이 공산당에 밀려 넘어온 1949년 이후 시민증을 얻은 사람들이다. 전체 인구의 20% 정도이며 주로 북부지역에 살고 있다.

미혼인 차이 주석은 명·청시대부터 눌러앉은 본성인(本省人)이다. 남부 핑둥(屛東) 현에서 한때 대만 납세액 10위권에 드는 대부호의 딸로 태어났다.

준수한 외모의 마 총통이 43세의 젊은 나이에 법무부장(장관)을 지내는 등 정치적으로 승승장구했다면 다소 투박한 외모의 차이 주석은 민진당을 수렁에서 건진 잔다르크로 통한다. 민진당이 2008년 대선에서 패한 직후 주석을 맡았지만 곧이어 천 전 총통의 구속 등 창당 이래 최대의 위기 상황을 맞았다. 하지만 한번 물면 끝장을 보는 깐깐함을 무기로 당을 이끌어 최근 3년간 아홉 번의 선거에서 일곱 번 승리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