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정권 ‘동성애罪 올무’… 두번 모두 빠져나온 야당 지도자

  • Array
  • 입력 2012년 1월 10일 03시 00분


2004년 이어 또 무죄 판결

말레이시아의 오랜 장기집권 체제를 끝낼 유력한 야당 지도자였다가 갑작스레 동성애자로 몰려 오랫동안 수감생활을 한 안와르 이브라힘 전 부총리(65·사진)에게 9일 무죄판결이 내려졌다.

안와르 전 부총리는 2008년 자신의 전 보좌관인 무함마드 사이풀이 그와 성관계를 가졌다고 고발해 지난 2년간 재판을 받아왔다. 국민 대부분이 이슬람교도인 말레이시아에서 동성애는 심각한 범죄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고등법원은 이날 검찰이 제출한 DNA 증거를 신뢰할 수 없다며 안와르 전 부총리에게 무죄판결을 내렸다.

이에 앞서 1990년대 중반 안와르 당시 부총리는 마하티르 빈 모하맛 총리 이후 말레이시아를 이끌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으나 부정부패와 연고주의 타파를 주장하다 1998년 부총리직에서 해임됐다. 그는 해임된 직후 동성애자로 고발당해 구속 기소된 후 2000년 9년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안와르 전 부총리는 마하티르 전 총리가 자신을 제거하기 위해 동성애 혐의를 뒤집어 씌웠다고 주장했고 2004년 대법원의 무죄 판결로 풀려났다.

그 후 안와르는 야당지도자로 활동하면서 2008년 총선에서 인민정의당(PJP)과 말레이시아 이슬람당(PAS), 중국계 중심의 민주행동당(DAP) 등 야 3당을 이끌며 82석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1957년 독립 이후 야당이 전체 의석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 것은 처음이다. 당시 여당연합인 국민전선(BN)은 전체 의석 222석 중 137석에 그쳤다. 하지만 상승세에 있던 안와르는 2008년 자신의 전 보좌관이 동성애 파트너라고 주장함에 따라 다시 정치적 위기에 처했다. 안와르 전 총리는 이번 재판에 앞서서도 “동성애 혐의는 나집 툰 라작 총리 정부가 야당을 약화시키기 위해 만들어낸 정치적 음모”라고 주장했다.

안와르 전 부총리의 무죄 판결로 늦어도 2013년 이전에 실시될 총선에서 정권 교체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윤식 기자 jy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