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1년 안에 핵실험을 하고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개발을 결국 묵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영국 더타임스는 10일 이스라엘의 유력 싱크탱크인 국립안보문제연구소(INSS)가 이 같은 전망을 담은 보고서를 냈다고 보도했다.
INSS는 지난주 텔아비브에서 정보기관 관계자와 전직 대사, 군 간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란의 핵 실험 이후를 상정한 ‘워 게임(war game)’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다. 그 결과 이란은 늦어도 2013년 1월까지는 지하 핵실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또 핵실험에 앞서 이란은 △이라크와의 국경선 조정 요구 △바레인에 대한 통치권 주장 △걸프 주둔 미5함대에 대한 낮은 수준의 도발 같은 선동을 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 같은 결과를 토대로 INSS의 보고서는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의 압력 때문에 이란을 공격하지 못하고 결국 이란이 핵보유국이 된다는 가정 아래 외교 국방 분야 안보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의 지적대로 이란의 핵 보유를 인정한다면 이스라엘은 ‘가진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란의 핵 무장을 막는다’는 기존 원칙을 포기해야 하는 중대한 변화를 맞게 된다.
또 보고서는 이란의 핵 무장이 중동 지역의 세력 균형을 근본적으로 뒤흔들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막기 위해 미국이 이스라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포함한 공식 방위조약을 제안하고 △러시아가 중동의 핵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미국에 방위조약을 제안하며 △이란에 적대적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자체적인 핵개발 프로그램에 착수하고 이집트가 이란에 대한 군사행동을 추구하며 △이스라엘이 나토에 가입할 경우 터키가 나토를 탈퇴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보고서는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이란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겠지만 높아진 협상력을 바탕으로 강대국과 타협을 시도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보고서는 이란에 대한 강경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전달됐다.
INSS의 이란 핵무장 묵인론은 지난해 6월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은 지역 전체를 전쟁으로 몰아넣을 것”이라며 반대했던 메이르 다간 전 모사드 국장의 주장과 맥을 같이한다. 8년간 모사드를 이끌었던 최고의 이란 전문가 다간 전 국장은 지난해 1월 네타냐후 총리의 이란 선제공격론은 오류라고 비판했다 전격 경질됐다.
한편 길 튜더 국제원자력기구(IAEA) 대변인은 9일 성명에서 “이란이 포르도의 지하공장에서 20% 농축 우라늄 생산에 들어간 것을 파악했다”며 “그 시설 내 모든 원자력 물질은 IAEA의 감시 아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데니스 로스 전 백악관 중동담당 특별보좌관은 “이란에 대한 제재나 외교적 노력이 실패하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군사력을 쓸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누구도 의심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는 “이란의 행동은 국제사회의 경고를 무시한 추가적 위반 행위로 전례 없이 강경한 추가 제재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고 독일 외교부는 “이란의 태도 변화가 없는 한 강력한 제재 외에 대안이 없다”고 강조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