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는 미군 병사들이 탈레반 대원들의 시신에 소변을 보는 것으로 추정되는 동영상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에 11일 ‘탈레반 시신에 소변 보는 미 해병대’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올라왔다. 39초 분량의 영상에는 미군 해병대원 복장을 한 군인 4명이 눕혀 놓은 시신 3구 위에 소변을 보고 있다. 군인들은 소변을 보면서 “좋은 하루 되게나, 친구” “(소변이) 소나기처럼 금빛이다” 등 농담을 했다. 또 “잘 찍고 있지”라며 카메라를 든 사람을 향해 질문을 하기도 했다. 군인들은 헬멧과 수류탄, 저격용 소총 등 장비들을 착용하고 있었고, 시신 한 구의 가슴 쪽에는 피가 넓게 번진 자국이 보였다. 동영상에는 군인들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레준 기지에 있는 해병 2사단 3대대 소속 저격팀이라는 자막도 나온다.
그러나 이 영상을 누가 어디서 찍었는지와 영상 속 군인들이 실제 미 해병대원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군사 전문가들은 군인들이 소지한 소총이 아프간 주둔 미군 저격수들의 것과 같은 것이라고 밝혔다. 미 해병대 기관지는 영상을 올린 계정에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미군 당국은 즉각 조사에 나섰다. 미 국방부 대변인 존 커비 대령은 “이 영상이 어떤 상황에서 찍혔고 등장하는 인물들이 누군지에 상관없이 받아들여질 수 없는 끔찍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미 해병대는 성명을 통해 “영상의 출처나 사건의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촬영된 행위는 미 해병대의 핵심 가치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2007년 7월에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아파치 헬기에 탑승한 미군들이 비무장한 민간인들을 테러리스트로 오인해 총격을 가하면서 농담을 한 영상이 위키리크스에 의해 폭로돼 곤욕을 치렀다.
한편 탈레반의 자비훌라 무자헤드 대변인은 12일 “이것은 명백히 야만적인 행위다. 10년이 넘는 동안 수백 건의 비슷한 사건이 미군에 의해 드러나지 않은 채 자행돼 왔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미국 내 이슬람교도의 단체인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CAIR)도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시신 모독 행위를 강하게 규탄한다. 이 사건에 책임 있는 사람은 모두 최고형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미 성향의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도 “미군이 저지른 이 행위는 비인간적이며 비난받아 마땅한 짓”이라며 “미국 정부에 철저한 조사와 엄중한 처벌을 공개적으로 요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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