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시신에 소변’ 미군 동영상 파문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13일 03시 00분


아프간 주둔 해병 4명… “금빛 소나기” 농담까지

11일 유튜브에 올라온 ‘탈레반 시신에 소변 보는 미 해병대’라는 제목의 동영상 장면. 오른쪽에서 두 번째 군인의 손에 조준경이 달린 저격용 소총이 보인다. 사진 출처 유튜브
11일 유튜브에 올라온 ‘탈레반 시신에 소변 보는 미 해병대’라는 제목의 동영상 장면. 오른쪽에서 두 번째 군인의 손에 조준경이 달린 저격용 소총이 보인다. 사진 출처 유튜브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는 미군 병사들이 탈레반 대원들의 시신에 소변을 보는 것으로 추정되는 동영상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에 11일 ‘탈레반 시신에 소변 보는 미 해병대’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올라왔다. 39초 분량의 영상에는 미군 해병대원 복장을 한 군인 4명이 눕혀 놓은 시신 3구 위에 소변을 보고 있다. 군인들은 소변을 보면서 “좋은 하루 되게나, 친구” “(소변이) 소나기처럼 금빛이다” 등 농담을 했다. 또 “잘 찍고 있지”라며 카메라를 든 사람을 향해 질문을 하기도 했다. 군인들은 헬멧과 수류탄, 저격용 소총 등 장비들을 착용하고 있었고, 시신 한 구의 가슴 쪽에는 피가 넓게 번진 자국이 보였다. 동영상에는 군인들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레준 기지에 있는 해병 2사단 3대대 소속 저격팀이라는 자막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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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영상을 누가 어디서 찍었는지와 영상 속 군인들이 실제 미 해병대원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군사 전문가들은 군인들이 소지한 소총이 아프간 주둔 미군 저격수들의 것과 같은 것이라고 밝혔다. 미 해병대 기관지는 영상을 올린 계정에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미군 당국은 즉각 조사에 나섰다. 미 국방부 대변인 존 커비 대령은 “이 영상이 어떤 상황에서 찍혔고 등장하는 인물들이 누군지에 상관없이 받아들여질 수 없는 끔찍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미 해병대는 성명을 통해 “영상의 출처나 사건의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촬영된 행위는 미 해병대의 핵심 가치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2007년 7월에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아파치 헬기에 탑승한 미군들이 비무장한 민간인들을 테러리스트로 오인해 총격을 가하면서 농담을 한 영상이 위키리크스에 의해 폭로돼 곤욕을 치렀다.

한편 탈레반의 자비훌라 무자헤드 대변인은 12일 “이것은 명백히 야만적인 행위다. 10년이 넘는 동안 수백 건의 비슷한 사건이 미군에 의해 드러나지 않은 채 자행돼 왔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미국 내 이슬람교도의 단체인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CAIR)도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시신 모독 행위를 강하게 규탄한다. 이 사건에 책임 있는 사람은 모두 최고형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미 성향의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도 “미군이 저지른 이 행위는 비인간적이며 비난받아 마땅한 짓”이라며 “미국 정부에 철저한 조사와 엄중한 처벌을 공개적으로 요구한다”고 밝혔다.

정윤식 기자 jy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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