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공화 주자들 무차별 ‘中 때리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14일 03시 00분


롬니 “中은 지재권 도둑” 공격 앞장… 前 주중대사 헌츠먼은 조롱 표적
전문가 “중국인 비하로 비칠수도”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들의 ‘중국 때리기(차이나 배싱)’ 경쟁이 상궤를 벗어난 수준까지 치닫고 있다. 중국에 대한 반감을 자극해 보수층의 표를 얻으려는 선거 전략에서 비롯된 차이나 배싱이 다수의 중국인에 대한 공격으로 비칠 수 있으며 새 정부 출범 후 대중(對中) 관계를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외교전문가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뉴스위크 자회사인 온라인매체 데일리비스트가 11일 전했다.

차이나 배싱을 많이 활용하는 주자는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선두를 달리는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다. 롬니 후보는 “미국의 군 조직과 전자 체계, 기반 시설에 대해 사이버 공격을 일삼는 최악의 가해자”라며 중국을 비난하고 있다. 그는 “중국 국영기업들이 미국의 디자인과 특허기술을 훔쳐 되팔아 돈을 벌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 선거유세에서도 “지식재산권을 훔치는 도둑”이라며 비난을 이어갔다.

경쟁 후보를 깎아내리기 위해 중국 때리기를 동원하기도 한다. 주중 미국대사를 지냈고 중국인 아기를 입양한 존 헌츠먼 전 유타 주지사는 경쟁 후보의 지지자들에게 조롱의 대상이 됐다. 유튜브에는 최근 헌츠먼 전 지사를 ‘맨추리안 캔디데이트(Manchurian candidate)’라고 비방하는 동영상이 올라왔다. 이는 ‘꼭두각시’ ‘세뇌받은 사람’이라는 관용어이고, 단어 맨추리안은 ‘만주 사람’을 뜻하므로 중국의 꼭두각시라는 의미를 담아 비난한 것이다. 경쟁 후보인 론 폴 하원의원 지지자가 만들었다고 밝힌 이 영상에는 ‘(헌츠먼이 중시하는 게) 미국의 가치인가, 중국의 가치인가’ ‘헌츠먼은 무엇을 추구하는가’라는 질문이 등장한다. 마오쩌둥의 초상화에 헌츠먼 전 지사의 얼굴을 합성한 그림도 등장한다.

컬럼비아대의 중국전문가 앤드루 네이선 교수는 “이런 주장은 중국계 미국인들에게 잠재적 인종차별을 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뉴햄프셔 유세장에서 중국계 미국인 여성은 롬니 후보에게 “당신이 중국인을 비하하는 발언을 모두 들었는데 매우 불쾌하다. 비하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한편 버락 오바마 정부는 10일 중국의 무역 관련 위법행위를 감시하기 위한 특별팀을 만들어 중국을 압박했다.

정윤식 기자 jy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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