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해방구’ 우칸村 주민시위 이끈 前수배자
黨지부 서기 임명… 정권교체 앞두고 유화책 펴
중국 공산당이 지방정부의 불법 토지매각에 맞서 반정부 시위를 이끈 농민을 해당지역 공산당 지부의 서기로 임명했다. 당 서기는 해당 지역의 최고 지도자다.
16일 홍콩 언론들은 광둥(廣東) 성 루펑(陸豊) 시 우칸(烏坎) 촌의 공산당 지부가 전날 회의를 열고 린쭈롄(林祖戀·67) 씨를 신임 당서기로 임명했다고 보도했다. 또 기존 당 간부들을 모두 경질하고 린 씨 주도 아래 새 지도부를 구성키로 했으며 전임 서기는 부패 혐의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린 씨는 지난해 9월부터 넉 달간 계속된 우칸 촌 주민들의 시위를 주도한 인물로 한때 루펑 시 공안당국의 수배명단에 올라 있었다. 이런 그가 중앙당의 승인 아래 일약 당서기에 오른 것은 중국 지도부가 기존 방식으로는 더이상 국민들의 불만을 무마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칸 촌 주민들은 촌정부가 지난해 공동경작농지 33만여 m²를 불법으로 부동산 개발업체에 넘기자 토지 반환을 요구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주민 대표 중 한 명이 파출소에서 숨지는 일까지 발생하자 격분한 주민들은 진압경찰이 진입하지 못하게 마을 출입문을 잠근 채 마을 전체를 ‘해방구’로 만들며 투쟁을 전개했다. 결국 지난해 12월 광둥 성 부서기가 직접 나서 주민들의 요구를 모두 수용키로 하는 등 사실상 항복 선언을 하면서 사태가 봉합됐다. 홍콩 밍(明)보는 중국 정부가 일반 주민들이 만든 자발적 기구와 협상을 하기는 그때가 처음이었다고 밝혔다. 린 씨의 당서기 임명은 그 연장선에서 농민들의 권력 교체 요구를 당이 전면 수용한 사례다. 올해 5세대 지도부 출범을 앞두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내부 안정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만큼 지방권력의 일부까지 농민에게 양보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일부 언론들은 당과 정부가 위기 수습을 위한 새로운 ‘모델’을 만들었다는 평가도 내놓고 있지만 마을 임시대표위원회 회장을 맡고 있는 양써마오(楊色茂) 씨는 “(이번 당서기 선출은) 우리들의 투쟁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군인 출신으로 제대 후 공직에 있다 1995년 퇴직해 우칸에서 농사를 지어온 린 씨는 즉각 주민들의 이익을 대변할 촌민위원회를 구성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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