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에 동해(East Sea)와 일본해(Sea of Japan) 명칭을 함께 쓰는 것은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미국의 다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둘도 없는 기회입니다.” 16일(현지 시간) 미국 버지니아 주의회에서 ‘동해 병기 법안(SB200)’이 의원들의 전폭적 찬성으로 상임위를 통과됐다. ▶본보 1월 16일자 A20면 美교과서 ‘동해-일본해’ 병기…
이날은 마틴 루서 킹 목사 탄생기념일로 공휴일이지만 주의회 상원 교육보건위원회 소속 의원 5명은 주도(州都)가 있는 리치먼드의 주의회장에 출석해 동해 병기 법안을 심의해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법안은 이번 주 주상원 전체회의에 회부될 예정이다. 법안은 버지니아 주 내 공립학교에서 쓰이는 교과서에 동해와 일본해를 함께 쓰는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종이 교재와 전자출판물이 모두 포함된다.
법안을 상정한 데이비드 말스덴 버지니아 주의회 상원의원(민주·사진)은 이날 동료 의원들에게 일제 강제병합의 역사와 일본 식민통치 이전까지 각종 역사자료에 동해라고 표기된 점 등을 자세히 설명한 뒤 “교실에서 가르치는 역사는 정확해야 한다”며 상정 이유를 밝혔다. 말스덴 의원은 다른 의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매너서스-불런 전투’를 유사한 미국 사례로 들기도 했다. 이 전투는 남북전쟁 초기 리치먼드에서 남군과 북군이 치열하게 맞붙었던 전투로 아직도 미 남부 지역에서는 매너서스 전투, 북부 지역에선 불런 전투로 불리고 있으며 대다수 역사 교과서는 두 명칭을 함께 쓰고 있다.
의원들은 아직 국제사회에서 동해-일본해 명칭 논의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두 명칭을 모두 사용하는 것이 공평 타당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재닛 하웰 의원(민주)은 “교과서에 동해 병기가 성사되면 다음에는 버지니아에서 사용되는 모든 지도에 병기하도록 추진하자”는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해리 블레빈스 교육보건위 위원장(공화)은 “교과서 동해 병기는 주의회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지금에서야 관련 법안이 상정된 것이 이상할 정도”라고 밝혔다.
법안 투표에 앞서 주민 토론시간에 홍일송 버지니아 주 한인회장은 동해를 조선해로 표기한 일본 고지도가 발견됐다는 2005년 동아일보 기사를 의원들에게 돌리며 동해 병기 찬성 의견을 내놓았다. 한국계인 숙 스미스 센터빌초등학교 학부모 연락관도 “한인학생 비율이 절반을 넘는 지역 학교들이 늘고 있다”며 “동해 병기는 이들의 문화적 자긍심을 심어주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말스덴 의원은 법안 통과 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심의 과정에서 일부 교과서 제작업체가 동해 병기로 변경하는 것이 번거로운 점을 들어 반대할 가능성이 있지만 변경 부분이 많지 않으므로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6월 주지사 서명까지 법 제정 작업이 완료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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