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유람선 3명의 영웅과 1명의 비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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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20일 03시 00분


어린이 구하고 숨진 두 연주자… 도망친 선장 질타한 해경대장
“발 헛디뎌 구명보트로 추락”… 계속 변명만 늘어놓는 선장

이탈리아 유람선 좌초 사고 당시 기울어져 가는 유람선 안에서 다른 사람을 먼저 살린 뒤 숨진 밴드 연주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18일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사고 유람선인 코스타 콩코르디아 소속 밴드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헝가리 부다페스트 출신 산도르 페헤르 씨(38)는 사고가 난 13일 밤 아비규환이 되어 버린 선상에서 울고 있는 아이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혀주고 구명보트로 안전하게 대피시켰다. 이어 자신의 바이올린을 가지러 선실로 들어간 그는 실종됐고 끝내 시신으로 발견됐다.

드럼 연주자인 이탈리아인 주세페 지롤라모 씨(30)도 자신의 구명보트 자리를 한 어린이에게 양보한 후 선상으로 되돌아가 다른 승객들이 탈출하는 것을 도왔다. 그 역시 21명의 실종자 명단에 이름이 올랐다.

한편 사건 당일 배를 버리고 도망치던 선장에게 다시 배로 돌아가라고 호통을 쳤던 그레고리 데팔코 해안경비대장(46)은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는 이탈리아 언론이 공개한 통화내용에서 배를 버리고 달아나던 프란체스코 스케티노 선장에게 “제길, 당장 배로 돌아가란 말이야”라고 소리친 것으로 드러났다. ‘배에 다시 오르라’는 데팔코 대장의 말을 인쇄한 티셔츠도 인터넷에서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스케티노 선장은 17일 법정에서 “사람들을 구명보트에 질서 있게 태우려고 노력했지만 배가 60∼70도 기울어지는 바람에 발을 헛디뎌 내가 보트 위로 떨어졌다”고 변명했다. 하지만 선장이 탄 구명보트에는 유람선의 또 다른 간부 항해사들도 함께 타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그의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이탈리아 언론은 배를 버린 선장을 이탈리아 경제를 침몰시킨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에, 유람선을 ‘침몰하는 이탈리아’에 빗대고 있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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