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장기집권 금지’ 파격 개혁 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30일 03시 00분


공산당 주요간부 임기 제한
젊은층 黨政軍 진출 길 열어

쿠바 공산당 특별대회가 28일부터 이틀간의 일정으로 열린 가운데 국가평의회 의장을 포함한 주요 간부의 임기 제한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특히 북한에서 한 달 전에 3대 세습 정권이 출범한 가운데 비슷한 시기 쿠바는 그와는 반대의 길을 가고 있어 더욱 주목된다. 지구상에서 50년 넘게 세습독재를 실시하고 있는 공산국가는 쿠바와 북한뿐이다.

첫날 회의가 끝난 29일에는 공식 발표가 나오지 않았다. 약 800명의 대표가 참가한 이번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외신들은 회의 의제에 당 간부의 장기집권을 금지하는 파격적인 정치개혁안이 올랐다고 전했다. 쿠바 공산당이 주요 간부직의 임기를 제한하는 방안을 공식 의제로 올린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사진)은 자신을 비롯한 공산당 지도부 및 기타 고위직 임기를 5년에 1차례만 연임할 수 있도록 정치개혁을 하겠다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한 사람이 최장 10년 이상 쿠바를 통치할 수 없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쿠바 공산당은 지난해 4월 당대회에서 선출된 정치국원 15명 가운데 65세 이하가 불과 3명에 그치는 등 심각한 고령화 현상에 직면하고 있다.

고위 간부의 임기 제한 추진은 쿠바가 최근 진행하고 있는 경제·사회 개방에 추가해 본격적인 정치개혁의 단초라는 기대를 받고 있지만 쿠바 반체제 인사들에게선 ‘꼼수’라는 비난도 받는다. 올해 81세로 어차피 장기집권이 불가능한 카스트로 의장이 오히려 10년 임기 제한 카드로 합법적이면서 안정적으로 집권할 명분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임기 제한 결정 외에도 이번 대회에서는 100개 항에 가까운 광범위한 정치 경제 사회 개혁안에 대해 공식적인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는 젊은층과 여성, 흑인들이 당·정·군에 진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 동성애자들이 당·정·군 조직에서 공개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민영언론 육성 등 파격적인 개혁안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회를 통해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할 것이라는 관측도 흘러나오는 등 지도부의 일부 교체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경제 개혁도 여전히 중요 안건이다. 쿠바 공산당 기관지 그란마는 “경제 없는 이념은 없다”며 국가가 경제활동의 90%를 운영하는 현행 경제구조를 민간에 점진적으로 개방하는 개혁안도 이번 회의에서 집중 협의될 것임을 내비쳤다. 특히 그란마는 “진부한 도그마와 기준에 대한 집착”을 “정신적 장애”로 묘사하면서 “카스트로 의장이 최우선적으로 할 일은 이런 집착을 극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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