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한 대륙인들 더는 못참아”… 홍콩인, 혐중감정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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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일 03시 00분


중국인 비하 메뚜기 광고 1일 홍콩 빈과일보에 실린 ‘메뚜기 광고’.
중국인 비하 메뚜기 광고 1일 홍콩 빈과일보에 실린 ‘메뚜기 광고’.
‘홍콩인, 참을 만큼 참았다.’

1일 홍콩 빈과일보에 이 같은 제목의 전면광고가 실렸다. 광고에는 거대한 메뚜기 한 마리가 메뚜기 떼를 이끌고 높은 산에서 홍콩을 습격하듯 몰려드는 장면이 담겼다. 중국 본토인이 홍콩으로 밀물처럼 몰려드는 것을 비유한 것이다.

‘중국 공산당에 의한 식민지 반대!’ ‘솽페이(雙非) 임신부를 없애자!’ 큰 제목 밑의 광고 문구는 더욱 도발적이고 자극적이다. ‘솽페이’는 부모가 모두 홍콩인이 아니라는 뜻으로 본토 임신부가 홍콩 원정 출산으로 낳은 아이를 말한다.

이어 광고는 “너희 분유에 독이 들어 있어 홍콩에 분유를 사러오는 것은 이해한다. 너희에게 자유가 없어 자유를 찾아 홍콩에 오는 것도 이해한다. 너희가 중국 전통 한자(번체자)를 모르기 때문에 간체자도 써주겠다. 그러니 제발 홍콩에 오면 홍콩 문화를 존중하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여기서 너희는 중국 본토인을 지칭한다.

올해로 홍콩의 중국 반환 15년째를 맞지만 홍콩인들의 혐중(嫌中) 감정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반(反)메뚜기’ 광고가 보여주듯 홍콩인과 중국 본토인의 갈등은 임계점으로 치닫고 있다고 1일 보도했다.

‘메뚜기 광고’는 ‘융존’이라는 가명을 쓰는 홍콩의 누리꾼이 인터넷을 통해 광고비를 모집해 게재됐다. 그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본토인이 몰려오는 것에 대해 항의 광고를 내겠다며 모금을 바란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자 1주일도 안돼 10만 홍콩달러(약 1450만 원)가 모였다.

메뚜기는 홍콩 누리꾼들 사이에서 곡식을 남김없이 갉아먹고 지나가는 메뚜기 떼처럼 홍콩 자원을 쓸어가는 본토인을 비꼬는 뜻으로 사용돼 왔다. 본토 임신부들의 원정 출산으로 산부인과 병상이 부족해지고 본토인들이 홍콩 부동산 시장과 명품매장에서 돈을 물 쓰듯 하면서 임대료가 폭등하고 중소상인들이 퇴출되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홍콩인들의 혐중 감정은 1월 15일 중국인 여행객이 홍콩 지하철에서 홍콩인과 말다툼을 하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오면서 악화됐다. 한 중국인 여성 여행객이 음식을 먹지 못하게 돼 있는 지하철에서 어린 딸에게 음식을 먹이자 한 홍콩 남성이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말다툼이 벌어졌다. 동영상 속의 홍콩인 남성은 “말해 봐야 소용없다. 저게 대륙인이다”라고 말한다.

여기에 쿵칭둥(孔慶東) 베이징대 교수의 ‘개(狗·구)’ 발언이 이어져 홍콩인의 반감을 더욱 높였다. 쿵 교수는 1월 19일 중국 인터넷TV 토크쇼에 출연해 “홍콩인은 영국 식민통치자들의 앞잡이 노릇을 했다”며 “지금도 사람이 아닌 개”라고 말했다. 홍콩인을 사생아에 비유하며 ‘천하다’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홍콩과기대 응용사회학과의 데니 호궉릉 부교수는 “양측의 갈등이 이른 시간 안에 해결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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