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중국인 잇단 수난… 수단 이어 이집트서도 피랍

  • Array
  • 입력 2012년 2월 2일 03시 00분


근로자 25명 15시간만에 풀려나… “무차별 자원외교 부작용” 분석

수단에 이어 이집트에서도 중국인들이 무장단체에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과거 미국인들이 세계 곳곳에서 납치되거나 분규에 휘말렸던 것과 같은 전철을 밟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1월 31일 오전 11시 40분경 이집트 동북부의 북시나이 주 아리시 시(市)에서 중국인 25명이 베두인족 무장세력에 납치됐다가 15시간 만인 1일 오전 3시께 풀려났다. 납치됐던 중국인은 현지에 진출한 중국 국영 시멘트회사의 직원들로 현장 근로자 24명에 통역 1명이 포함돼 있다.

베두인족 무장세력은 이집트 정부에 2006년 시나이 반도 휴양지에서 일어난 폭탄테러 혐의로 수감된 동료 5명을 석방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라는 요구를 내걸었으며 이집트 정부는 수감자들에 대한 재심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1월 28일 중국인 29명이 수단 남코르도판 주에서 반정부 세력인 수단인민해방운동에 납치된 지 사흘 만에 발생했다.

아프리카에서 중국인 납치가 빈발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해외에 나가 있는 중국인이 워낙 많아 손쉬운 타깃이 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작년 말 현재 아프리카의 중국 기업은 1600여 개, 체류자는 200만 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자원 외교를 통해 재미를 봐 온 중국이 이제 비용을 치르는 시점에 들어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동안 아프리카의 무장세력들은 주로 서방 국민을 인질로 삼아 해당 국가의 외교적 개입을 유도해왔다. 하지만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자 중국 정부를 자신들의 이해 관철을 위한 지렛대로 쓰고 있다는 것. 이번 납치 사건도 이집트에서는 정부와 소수민족 간 다툼에, 수단에서는 남수단과 북수단 간 갈등에 중국이 엮인 사례다.

수단인민해방운동 대변인은 “중국이 왜 우리와 대화하지 않는 것이냐. 우리는 중국과 싸우는 게 아니라 수단 정부와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자칭린(賈慶林) 중국 정치협상회의 주석이 인접국인 에티오피아를 방문한 시점에 납치가 일어난 것도 이런 기류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호주 시드니대 존 리 교수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중국은 아프리카 국가의 집권 엘리트와 사귀는 법은 잘 알지만 일단 현지 정치세력에 균열이 생기면 어떻게 대처할지를 모른다”고 지적했다.

제3세계 곳곳에서 ‘중국 제국주의’라는 비판론이 일고 있는 것도 중국인을 상대로 한 범죄를 부추기고 있다. 일례로 수단에서 중국 외교에 대한 평가는 매우 부정적이다. 2006년 수단에서 인종청소가 벌어졌지만 중국은 학살 주체인 집권세력 편만 들면서 인도적 문제를 외면했다. 그해 유엔 안보리의 평화유지군 파견 표결에서는 기권했다. 수단 원유의 60∼70%를 받고 있는 중국이 석유 이권 때문에 학살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중국#피랍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