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中은 ‘학살 면허’ 발급하는 나라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6일 03시 00분


안보리 시리아결의안 반대에 국제사회 비난여론 들끓어

“러시아와 중국은 바샤르 알아사드에게 ‘학살 면허’를 내줬다.”

4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시리아 결의안 표결에서 러시아와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해 채택이 무산되자 시리아 반체제 인사로 구성된 시리아국가위원회는 5일 성명을 통해 이같이 비판했다. 유럽과 아랍연맹이 주도해 만든 시리아 결의안은 15개 이사국 중 13개국이 찬성했지만 거부권을 가진 5개 상임이사국 가운데 러시아와 중국이 반대표를 던지는 바람에 채택되지 못했다. 그나마 이날 표결에 부친 안은 기존에 서방과 아랍 국가들이 제출했던 초안보다 훨씬 완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초안에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아랍연맹의 평화안대로 권력을 이양할 것을 요구하는 조항이 있었지만 러시아가 “알아사드 퇴진 요구는 시리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협상 기회를 망가뜨릴 수 있다”고 반발해 이 조항이 빠졌다.

그런데도 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이번 결의안이 균형적이지 못하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비탈리 추르킨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결의안이 시리아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다”며 “정부의 폭력 행위만을 제재하는 것은 시리아 사태 당사자들에게 공정하지 못한 신호를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리바오둥 유엔 주재 중국 대사도 “오히려 정부와 반정부 세력 간 대화를 저해하고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두 나라 때문에 현재 지구촌의 가장 시급한 현안 해결이 늦어지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러시아와 중국을 겨냥해 “이번 표결은 정말 역겹기 짝이 없다”며 거칠게 항의했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교장관은 “지난해 10월 두 나라가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2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얼마나 더 많은 시리아인이 피를 흘려야 결의안을 채택할 것이냐”고 말했다고 가디언은 5일 전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등 각국 정상도 ‘학살’ 수준에 다다른 시리아의 시위 진압을 막아야 한다며 러시아와 중국의 거부권 행사를 규탄했다. 뉴욕타임스는 “내전으로 치달은 시리아 사태가 더욱 교착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하며 “시리아 사태는 아랍혁명 중에서도 피를 가장 많이 흘린 혁명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는 꼴이 됐다”고 분석했다. 두 나라가 친시리아 입장을 취하는 배경에는 장기간에 걸친 무기 판매와 경제 지원으로 다져진 돈독한 관계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는 알아사드 정권과 2011년까지 약 40억 달러(약 4조4720억 원)의 무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중국은 1956년 수교 이후 시리아와 공동으로 유전 개발을 하면서 경제적 지원을 해 왔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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