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지역 무차별 포격… 대규모 지상작전 임박설
30년전 4만명 살해됐던 ‘하마 대학살’ 재현 우려
대학살의 악몽이 정확히 30년 만에 재연될 것인가.
11개월째 계속되는 시리아 민주화 시위의 거점도시 홈스에서 시민들을 겨냥한 정부군의 집중 포격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1982년 2월 인근 도시 하마에서 벌어졌던 대학살의 데자뷔인 것이다.
시리아 반군인 자유시리아군을 홈스에서 동행 취재하는 영국 BBC방송은 7일 “박격포 공격이 오전 6시에 재개된 이래 중화기를 이용한 정부군의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며 “시민들은 정부군이 대규모 지상 작전을 시작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군이 홈스 외곽 1km 앞까지 왔다는 미확인 소식도 들려왔다. 지난 주말부터 나흘간 민간인 400여 명이 희생됐지만 정부군의 무자비한 공격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밤이 되면 민간인 거주지역에까지 무차별 포격을 가한다.
시민들은 포격을 피해 밤에만 희생자들의 시신을 수습하고 있지만 그래도 총격을 피할 수는 없다. 사정이 이런데도 시리아 당국은 민간인 거주지에 대한 공격을 부인하고 보안군이 단지 테러범 수십 명을 사살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인권관측소의 한 관계자는 “홈스에는 현재 전기는 물론이고 통신이 모두 두절된 상태”라고 전했다.
지금 국제사회에는 하마에서 남쪽으로 불과 50km 떨어진 홈스가 1982년 반정부 수니파의 거점도시였던 하마처럼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팽배하다. ‘하마 대학살’은 1982년 2월 하페즈 알아사드 대통령(바샤르 알아사드 현 대통령의 부친)의 지시를 받은 정부군이 이슬람 원리주의 단체인 수니파 무슬림형제단의 반란을 진압하려고 하마에 폭격을 가해 한 달 동안 최대 4만여 명이 보복살해된 사건이다. 이 대학살로 1976년부터 일어난 반란은 일단락됐다.
지금 홈스 시민들은 하마 사태가 재연되지 않을까 공포에 떨고 있다. 3일 반정부 시위대는 홈스의 훌라 마을에서 30년 만에 처음으로 하마 학살 추모회를 열었다. 시위대는 ‘하마여, 우릴 용서해 달라. 우리는 진심으로 사죄한다’라고 쓴 피켓을 들고 거리를 행진했다. 홈스는 농상공업의 중심지로 시리아 제3의 도시다. 블룸버그통신은 7일 “알아사드 대통령이 (하마 학살의 주범이었던) 아버지의 교본을 꺼내서 펼쳐보고 있다”고도 전했다.
유엔 차원의 시리아 결의안 무산으로 힘을 얻은 알아사드 대통령이 이번 기회에 골칫거리를 깨끗이 정리하려는 유혹에 빠질 가능성도 크다는 분석이 있다.
7일 시리아를 방문한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은 알아사드 대통령과 회담한 뒤 “알아사드 대통령이 ‘폭력사태를 중단시키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지만 시민을 향한 포격은 계속되고 있다.
냉전 시절 하마의 대학살은 국제사회의 무관심 속에 자행됐다. 30년이 지난 현재 관련국들이 자국의 이해관계를 저울질하는 가운데 홈스는 점점 지옥으로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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