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갔던 美 제조업 ‘컴백 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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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0일 03시 00분


포드-GE-월풀 등 대기업 “외국 임금올라 채산성 악화”
생산공장 속속 본토로 이전

중국 등 해외로 나갔던 미국 제조업체들이 본국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1960, 70년대 제조업체들이 임금이 싼 국가를 찾아 대거 공장을 이전하면서 맞은 침체기가 50년 만에 끝나고 ‘제조업 르네상스’가 올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포드와 제너럴일렉트릭(GE) 등 대기업이 제조업 귀환의 선봉에 섰다. 포드는 해외에서 만들던 소형트럭 등 일부 모델을 국내에서 생산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GE는 중국에서 생산하던 열효율 온수기를 루이빌 공장에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중장비 제조업체 캐터필러는 올해 텍사스 주와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굴착기와 광산장비 공장을 설립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수아레즈코퍼레이션, 월풀, 콜맨 등이 제조업 생산 기지를 미국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제조업체의 회귀 현상은 신흥국의 임금과 물류비 상승으로 해외 생산의 채산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미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2002년 배럴당 22.81달러였던 유가가 지난해 87.48달러로 3.8배로 상승함에 따라 제품 운반 비용이 크게 는 것도 채산성 하락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렸던 중국 노동자 임금은 2011년 전년에 비해 15% 상승했고 중국 천연가스 가격은 2배 이상 비싸졌다.

비즈니스위크가 지난해 10월 생산기지를 조정할 계획이 있는 미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겠다는 비율은 9%로 6개월 전의 절반으로 줄었다. 반면 미국 생산을 늘리겠다는 회사는 지난해 10%에서 올해 21%로 증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 “미 제조업체들이 해외 생산 시설을 미국으로 이전하고 있다”며 미국에 제2의 제조업 부흥이 찾아올 가능성을 시사했다.

대형 제조업체의 생산 시설이 미국 내로 들어오면서 설비를 교체해 생산능력을 늘리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지게차 등 산업장비 대여업체 유나이티드 렌털은 올해 지난해보다 33% 늘린 10억 달러의 설비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트럭과 중장비 엔진을 생산하는 커민스 역시 설비투자를 2년 전의 2배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공장 설비 등 미국 내 자본재 투자는 전월보다 2.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생산이 늘면서 고용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해 미 제조업체는 전년에 비해 2.7% 늘어난 32만8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제조업체는 올해에도 25만여 명을 추가로 채용할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 회귀에는 미국 정부의 지원도 한몫을 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생산현장을 방문해 “국내로 공장을 이전해 메이드 인 아메리카 브랜드를 사용하는 기업에는 세금 혜택을 주겠다. 이전 비용의 20%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1월 발표한 제조업지수는 54.1로 지난해 6월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제조업의 미국 귀환이 해외 진출 자체의 포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데이브 로버츠 칼라일 최고경영자는 “미국 내 생산비가 낮은 지역을 찾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해외 생산은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윤식 기자 jy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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