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인상 친근하게”… 방미 시진핑 ‘바스켓볼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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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4일 03시 00분


■ ‘이미지 메이킹’ 묘수 고심

“중국 측의 주요 관심은 시진핑(習近平·사진) 국가 부주석의 이미지를 빛내는 것이다. 그의 일정마다 세세한 부분에 신경 쓰는 중국 측 인사들의 철저함과 집요함은 편집증에 가까울 정도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13일 미국에 도착한 시 부주석이 올해 말 최고지도자로서의 부상을 앞두고 긴장관계가 높아지는 미국과의 관계 설정에 얼마나 고심하는지를 이렇게 전했다. 시 부주석은 이번 방문을 통해 미국과 관계를 원만히 하는 초석을 놓는 한편 중국 국민에게는 미래 지도자로서 자신감과 권위를 보여주려 할 것이라고 장쩌민(江澤民) 전기를 쓴 중국 전문가 로버트 쿤 씨가 분석했다.

시 부주석이 14일 중국 최고 지도부로서는 처음으로 펜타곤(국방부)을 방문하는 것은 양국 간 가장 첨예한 문제를 무난하게 처리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 부주석이 27년 전 자신이 허베이(河北) 성 정딩(正定) 현 서기로 방문했던 아이오와 주의 작은 마을 머스커틴의 한 농장을 방문하는 의미도 각별하다. 양돈기술을 배우러 미국을 찾은 평범한 지방관리였던 자신이 최고지도자 문턱까지 간 것을, 상전벽해 같은 중국의 국력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으로 삼으려는 것이다. 또한 대도시가 아닌 시골을 찾는 것은 미국민에게 친근함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아이오와 주와는 콩 수입 계약을 해 이번 방미 기간 중 유일하게 구매 계약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중국과의 교류에는 이득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모습이 될 것”이라고 풀이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프로농구(NBA) 경기를 참관할지를 놓고도 중국 측은 저울질을 하고 있다. NBA 참관은 중국 지도자들이 국내에서도 대중이 모이는 스포츠 경기장에 나서지 않는 것에 비추어보면 매우 이례적이다. 더욱이 시 부주석은 축구광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그의 ‘농구 경기 관람 외교’는 더 부드러운 이미지를 주려는 ‘이미지 만들기’의 결정판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시 부주석이 로스앤젤레스에서 ‘친중파 10만 명’을 기르기 위해 중국어를 가르치는 미국 학교를 방문하는 것은 자국민에게 큰 자부심을 줄 이벤트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방미에 차기 퍼스트레이디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가 동행하지 않는 것도 이미지 관리와 무관치 않다. 펑 여사가 동행하면 수려한 외모에 현역 인민해방군 소장(한국의 준장)이자 ‘국민 가수’인 펑 여사가 더 높은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혁명을 다룬 옛 소련 문학에 심취했던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과 달리 시 부주석은 제2차 세계대전을 주제로 한 할리우드 영화를 좋아하고 외동딸 밍저(明澤) 씨가 하버드대 2학년에 재학하고 있는 등 서구에 친숙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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