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중국에서 체포된 탈북자 가족들의 애끊는 절규가 저에게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주석님께 편지를 쓰는 용기를 줬습니다. 이제 저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주석님뿐입니다.
저 역시 중국을 거쳐 온갖 간난신고 끝에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입니다. 북송을 목전에 둔 탈북자들이 느낄 두려움과 공포를 온몸으로 느끼며 이 글이 체포된 탈북자들의 생명을 구하는 마지막 생명줄이 되기를 바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한 자 한 자 써내려 갑니다.
지금까지 중국은 체포한 탈북자들을 북한으로 송환해 왔고 이번에도 그렇게 할 것입니다. 그러나 주석님, 북한의 탈북자 처벌은 과거와 비할 바 없이 가혹해졌습니다. 최근 북한은 탈북을 체제의 가장 큰 위협으로 간주하고 탈북하는 주민들을 국경에서 현장 사살하는 등 초강경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김정일 사후 처벌은 더욱 강화돼 100일 애도기간 중 탈북한 사람들은 3대를 멸족시키라는 지시까지 하달됐다고 합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 한국행에 올랐던 이들이 한꺼번에 북한에 끌려가면 즉시 본보기로 처형되거나 정치범수용소로 향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중국은 최근 들어 탈북을 막기 위해 북-중 국경에 철조망을 치고 탈북자 색출, 국경 순찰, 전파 탐지 등 여러 부분에서 북한과의 공조를 더욱 강화하고 있습니다. 북한 체제의 불안정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탈북자들을 죽음으로 등 떠미는 악역을 언제까지 감당하려 하십니까. 공개 처형과 죽음의 수용소가 아니면 주민들을 통제하지 못하는 체제의 뒤를 언제까지 봐주려 하십니까.
지난 10여 년간 중국에서 수만 명의 탈북자가 북송됐고, 이들 중 많은 이가 가혹한 형벌과 굶주림 끝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들의 죽음에는 중국 역시 책임이 있습니다. 탈북자를 한 명 두 명 죽음의 벼랑 아래로 떠밀 때마다 북한의 민심이 중국에서 멀어져 가는 현실을 언제까지 외면하시렵니까.
이번에 체포된 탈북자들의 상당수는 가족이 한국에 있습니다. 그들 중엔 한국엔 형과 누나가 살지만 북에는 아무런 혈육도 없는 10대 소년도 있습니다. 식당 허드렛일로 한 푼 두 푼 겨우 모은 돈으로 데려오려던 막내가 죽게 됐다는 소식에 형과 누나는 식음도 전폐한 채 방구석에서 상처 입은 사슴처럼 오들오들 떨고 있습니다. 체포된 한 소녀의 부모는 10일 한국의 외교통상부를 찾아 통곡하며 구출을 못할 바에는 딸에게 제발 독약이라도 전해 달라고 애원했습니다. 딸이 북한에 끌려가 온갖 험한 꼴을 당하다 죽을 바에는 차라리 중국에서 죽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다른 가족들의 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탈북자들이 북송되면 한국에 살고 있는 수십 명의 가족까지 평생을 고통과 악몽, 죄책감에 시달려야 합니다.
후진타오 주석님, 올해는 한중수교 2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한국의 모든 국민, 나아가 전 세계인들이 주석님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부디 저들이 기쁨 속에 가족과 재회할 수 있게 아량을 베풀어 주십시오. 그래서 모두가 주석님께 감사의 박수를 보낼 수 있게 선처해 주시기를 간절히 호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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