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칭發 권력투쟁, 공청단 ‘이간計’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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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6일 03시 00분


■ 反체제 사이트 보쉰 분석
‘태자당’ 보시라이 제거 위해 ‘오른팔’ 왕리쥔과 대화 내용 교묘히 짜깁기… 역으로 흘려

중국 충칭(重慶) 시에서 벌어진 권력투쟁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이끄는 공산주의 청년단파(團派·퇀파이)가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을 정점으로 한 상하이(上海)방과 태자당을 공격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충칭 시 보시라이(薄熙來) 서기와 보 서기의 최측근이었던 왕리쥔(王立軍) 부시장이 갈등을 빚게 된 것도 퇀파이의 치밀한 ‘이간계’에 의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미국에 본부를 둔 반체제 사이트 보쉰(博迅)은 왕 부시장이 6일 갑자기 쓰촨(四川) 성 청두(成都)의 미국 총영사관에 들어가게 된 배경을 14일 상세히 분석했다.

이번 갈등은 2006년 장쩌민 계열의 천량위(陳良宇) 전 상하이 당서기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천 서기가 후 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등이 적극 추진하는 ‘거시 경제 조정정책’ 등에 시비를 걸고 나오자 후진타오 계열은 천 서기를 사회보장기금 유용 사건으로 구속해 18년형을 선고받게 했다. 유용 및 횡령 금액만도 329억 위안(약 5조9000억 원)에 이르는 실정법 위반을 걸고 나오자 천 서기는 낙마를 피할 수 없었으며 2007년 10월 17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 진입도 무산됐다.

17차 당대회 후 장 전 주석과 쩡칭훙(曾慶紅) 부주석 등은 충칭의 보 서기에게 ‘부패척결(打黑)’과 ‘적색혁명 고조(唱紅)’ 등을 기치로 후 주석 등에 반격을 시도하도록 한다. ‘현대판 포청천’으로까지 불린 왕 부시장(전 공안국장)을 앞세운 보 서기의 ‘충칭 모델’은 ‘마오주의 회귀’라는 일부 비판도 있었지만 대중의 폭넓은 지지를 받았으며 왕 부시장은 영웅으로 부상한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보 서기는 올가을 18차 당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 진입 가능성이 높아지는 반면 후진타오 계열로 보 서기의 정치적 라이벌인 왕양(汪洋) 광둥(廣東) 성 서기의 진입 가능성은 낮아진다. 17차 당대회 이후 상무위원 9명 중 후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부총리 그리고 중립성인 원 총리 등 3명에 불과했던 후진타오 계열로서는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보 서기는 2011년 12월 20일 충칭 시 당대회에서 “적색 분위기 고조 등에 대한 만족도가 96.5%까지 오르고, 여기에 우방궈(吳邦國) 자칭린(賈慶林) 리창춘(李長春) 시진핑(習近平) 허궈창(賀國强) 저우융캉(周永康) 등이 모두 충칭에 와 높게 평가했다”며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를 ‘좌(左)’네 ‘과거 회귀’네 하며 이상하게 여긴다”고 비꼬는 투로 비판했다. 보쉰은 “이는 명백히 후 주석과 원 총리, 리 부총리를 겨냥한 것으로 최고 권력자에 대한 이 같은 행동은 마오쩌둥(毛澤東)에게 도전했다가 숙청된 류사오치(劉少奇)보다 훨씬 심각한 것이자 왕조시대라면 9족을 멸할 대역죄”라고 분석했다.

올가을 권력구조 개편을 앞두고 후진타오 계열은 중앙기율위원회를 통해 왕 부시장을 불러 ‘채찍과 당근’을 동원해가며 보 서기에 대해 조사할 것이 있는지 등을 은밀히 협의한다.

그러면서 중기위는 왕 부시장과의 대화 내용을 몰래 녹음한 후 대화 내용 중 보 서기에게 불리한 내용만을 뽑아 중앙정부에 있는 보 서기의 정보원에게 흘린다. 이를 전해들은 보 서기는 왕 부시장이 자신을 배반한 것으로 오해하고 왕 부시장 주변 인물들부터 검거하기 시작한다. 예기치 않은 상황을 맞게 된 왕 부시장은 청두의 미국 총영사관으로 달려가 구조를 요청한다.

왕 부시장은 후진타오 계열의 예상대로 보 서기와 맞서며 내분을 일으키게 된다. 후진타오 계열은 왕 부시장이 충칭을 벗어나지 못한 채 보 서기 측에 잡힐 것을 우려했다. 실제로 보 서기 측의 황치판(黃奇帆) 충칭시장이 70여 대의 충칭 경찰차를 동원해 청두까지 추적했지만 왕 부시장은 이를 따돌리고 미국 대사관에 들어갔으며 국가안전부에 신병이 넘겨져 베이징으로 압송됐다.

홍콩 밍(明)보는 14일 “당 중앙은 이번 사건을 왕 부시장의 개인 비리를 넘어 엄중한 ‘정치 문제’로 보고 조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보쉰은 후진타오 계열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차기 정권에서 보 서기가 상무위원이 되고, ‘포청천’으로 추앙받던 왕 부시장이 공안부장이 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물거품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자중지란을 일으키려는 간계(奸計)가 성공한 셈이다.

보쉰은 후진타오 계열이 시 부주석이 총서기와 국가주석에 오르는 것을 막지는 못하더라도 상무위원 계파별 구성에 따라서는 후 주석이 국가주석에서 물러난 뒤에도 군사위 주석을 더 맡을 가능성을 내다보게 됐다고 전했다. 장 전 주석도 국가주석을 후 주석에게 물려준 후에도 일정 기간 군사위 주석을 맡은 적이 있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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