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시모토 포퓰리즘 공약에 日기성정당들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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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6일 03시 00분


‘부자 노인 연금을 백수청년에게’ ‘기본 생활비 전 국민에게 지급’

각종 여론조사에서 일본의 차세대 총리 후보로 꼽히는 하시모토 도루(橋下徹·사진) 오사카 시장이 포퓰리즘식 정책공약을 발표했다. 총리직선제 등 현행 정치구조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공약도 전면에 내세워 하시모토 시장과의 연대를 도모하던 기성 정당들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하시모토 시장이 이끄는 지역정당 ‘오사카(大阪)유신회’가 14일 올해 중의원 해산 및 총선 가능성에 대비해 ‘유신팔책(維新八策)’이라는 정책공약집을 내놓았다. 유신팔책이란 이름은 일본 근대화 개혁의 선구자인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1835∼1867)가 배 안에서 구상한 일본의 신국가체제인 ‘선중팔책(船中八策)’에서 딴 것이다.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은 공적연금을 둘러싼 국민연금 개혁안. 하시모토 시장은 보험료를 평생 냈더라도 재산이 많은 노인에게는 연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 대신 젊은층은 소득이 없으면 나이와 상관없이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안을 내걸었다. 모든 국민에게 최소한의 생활비를 지급하는 ‘기본소득제도’도 도입하자고 했다. 하지만 일본 언론들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재원 충당 방안과 수치 목표는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후생노동성의 한 간부는 “사회보험은 되돌려 받는 것을 조건으로 보험료를 내는 개념”이라며 하시모토 개혁안은 공적연금제도의 정체성 자체를 뒤흔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신팔책은 민감한 현안인 소비세 인상과 오키나와(沖繩) 현 후텐마(普天間) 미군비행장 이전, 탈(脫)원전 정책 등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소비세 인상은 간 나오토(菅直人) 전 총리가 2010년 참의원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다가 대패했을 정도로 폭발력이 강한 현안인 만큼 정면승부하지 않고 비켜갔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그 대신 하시모토 시장은 참의원 폐지, 총리 공선제(국민투표로 총리 선출) 등의 공약을 내놓아 중앙 정당과의 대립각을 뚜렷이 했다. 이는 중앙 정당이 받아들일 수 없는 공약을 통해 총선구도를 ‘기성 정당 vs 오사카유신’의 대결구도로 몰고 가겠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있다. 하시모토 시장은 아예 유신팔책 채택 여부를 기성 정당과의 연대 전제조건으로 삼겠다며 날을 세웠다.

그동안 하시모토 시장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던 보수 성향의 요미우리신문은 “현실성이 불투명한 정책이 포함된 데다 조잡하기까지 하다”며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시모토 시장의 갑작스러운 인기에 놀라 앞다퉈 연대를 모색해 온 중앙 정당들이 반(反)하시모토로 돌아서거나 거리를 두기 시작할 경우 오사카발(發) 정계개편의 진폭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하시모토 시장과의 연대에 공을 들여온 자민당 이시하라 노부테루(石原伸晃) 간사장은 “참의원 폐지도, 총리직선제도 우리 당의 공약이 될 수 없다”며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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