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비시중공업 관계자가 나고야 도비시마 공장에서 제작한 H-2A로켓의 제원을 설명하고 있다. 이 로켓은 가고시마 현 다네가시마 발사대로 옮겨져 한국의 아리랑 3호를 우주로 실어 나를 예정이다. 나고야=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일본 나고야(名古屋) 시 항만을 따라 늘어선 미쓰비시중공업 항공우주시스템제작소 도비시마(飛島) 공장.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일본 우주산업의 전초기지다.
20일 방문한 이 공장에는 한국의 다목적 실용위성인 아리랑 3호를 5월경 우주로 실어 나를 직경 4m, 높이 57m의 H-2A로켓이 출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공장 회의실에서는 로켓 제작에 관여한 기술진 100여 명이 모여 로켓 성능을 점검하는 심사회가 열렸다.
완성된 H-2A로켓은 미쓰비시중공업의 21번째 제품이다. 지금까지 20기를 쏘아 올려 1기만 실패했다. 2005년 이후로는 14기 연속 발사에 성공했다. 나로우주센터에서 거푸 로켓 발사에 실패한 한국으로서는 부러움과 추격의 대상이다.
미쓰비시중공업은 2007년 인공위성 발사 업무를 정부로부터 넘겨받았다. 아리랑 3호는 발사 업무 민영화 이후 처음 수주한 외국 위성으로 일본 우주산업에 적지 않은 상징성이 있다. 일본이 러시아와의 경쟁에서 상당한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아리랑 3호기 발사를 수주한 것은 해외 수주의 물꼬를 트기 위한 것이었다. 아사다 쇼이치로(淺田正一郞) 우주사업부장은 “연 4회는 발사해야 수지를 맞출 수 있는데 정부 물량은 연 1, 2회에 불과하다”며 “우주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추가적인 해외 물량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우주산업에서 한국과 일본의 기술 격차는 35년 이상이라는 게 중평이다. 일본은 1960년대 후반 연속 4차례나 로켓 발사에 실패했지만 중국의 핵실험에 놀란 미국의 도움으로 1975년 구모델인 N-1을 우주로 쏘아 올릴 수 있었다. 1990년대 들어서는 당시 로켓 제작비의 2배인 190억 엔을 쏟아 부어 우주기술 자립을 이뤘다. 그 결실이 H-2시리즈다.
2000년대 들어서는 ‘3세대, 4세대’를 향해 달아나고 있다. H-2A에 비해 갑절인 8t의 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릴 수 있는 H-2B가 이미 2차례 발사에 성공해 이르면 내년에 상업화에 돌입할 예정이다. H-2B는 미국이 비용 때문에 스페이스 셔틀 운용을 중지함에 따라 무인수송기로 우주정거장에 물자를 실어 나를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도킹 실력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남은 것은 유인우주선 실현인데 이는 선택의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일본은 이미 우주로 나간 우주선을 대기권으로 재돌입시키는 기술도 완성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많다.
우주기술은 이용 목적에서 ‘평화와 전쟁’이라는 이중성을 피할 수 없다. 그런데 일본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2008년 우주기본법을 만들어 자위대가 정찰위성을 방위 목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바꾸더니 지난달에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에 해당하는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설치법에서 우주개발을 평화목적으로 한정하는 조항을 삭제한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또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는 4월 우주개발을 총괄할 우주전략실을 내각부에 설치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 우주청 설치도 검토하고 있다. 산업용뿐만 아니라 군사용까지 감안한 전천후 우주전략 구축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국가우주개발전략센터장을 맡고 있는 한양대 김경민 교수는 “한국은 반도체와 기계공학 등 관련 기술이 상당히 발전해 있어 기업과 정부가 힘을 합치면 우주독립국의 꿈을 짧은 시간에 이룰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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