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8년 허버트 후버는 이런 슬로건을 내걸고 미국 제31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최고경영자(CEO) 출신이었던 그는 제1차 세계대전 후 미국의 당면과제였던 고실업, 금융 부실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들에게 풍요로운 미래를 가져다주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4년 후 미국을 대공황으로 내몬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쓰고 프랭클린 루스벨트에게 자리를 내줬다. 이후 미국에서는 CEO 출신 대통령이 한 명도 탄생하지 않은 것을 ‘후버의 저주(Hoover's Curse)’라고 부른다.
만약 공화당 대선 경선주자인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후버 이후 처음으로 CEO 출신 대통령이 탄생하게 된다. 미국 온라인 시사매체 슬레이트는 롬니 후보가 벌써부터 후버 대통령과 비슷한 정치적 성향을 보이고 있다며 그가 실패한 CEO 대통령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후버의 교훈에서 배워야 한다고 20일 보도했다.
후버 전문가로 통하는 퓰리처상 수상 역사학자 데이비드 케네디 스탠퍼드대 명예교수는 “후버는 엔지니어의 머리를 가진 파워풀한 비즈니스맨이었지만 정치인으로는 ‘서툴렀다(artless)’”고 분석했다.
어린 시절 부모를 여읜 후버는 주경야독으로 스탠퍼드대에서 장학금을 받으며 지질학을 공부했다. 첨단 채굴 기술을 개발한 그는 40세가 되기도 전에 여러 회사 CEO를 거치며 400만 달러의 재산을 모은 후 재계에서 은퇴했다. 이후 상무장관을 지낸 그는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에 힘입어 당시 민주당의 앨 스미스 후보를 압도적인 표차로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정부의 비효율을 제거하겠다는 당시 그의 주장은 국민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그러나 결국 자신의 소속당인 공화당 내에서 리더십을 보이지 못하고 자신의 신념과 반하는 정책을 내놓는 경우가 많았다. 자유무역주의자였지만 당의 압력에 굴복해 수입관세를 대폭 인상하는 스무트-홀리 법안에 서명했다. 또 당시 최대 현안이었던 실업자 구제를 위해 정부 공공기금을 투입하는 문제를 놓고 찬성과 반대를 오락가락하다 적절한 투입 시기를 놓쳐 대공황을 악화시켰다.
전문가들은 현재 롬니 후보가 공화당 내에서 확고한 지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국민을 설득할 만한 정치적 철학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후버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케네디 교수는 “효율과 생산성만을 중시하는 CEO 리더십은 정치 시스템에서는 통하지 않으며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달 초까지만 해도 대세론을 굳혀가는 듯했던 롬니 후보는 7일 ‘트리플 경선’ 전승 이후 상승세를 타고 있는 릭 샌토럼 전 상원의원의 맹렬한 추격을 받고 있다. 13일 발표된 지지율 조사 때만 해도 롬니 후보가 32%로 샌토럼 후보(30%)를 앞섰으나 19일 조사에선 28% 대 36%로 역전당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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