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이 23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제3차 고위급 회담을 갖는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처음 열리는 북-미 간 협상이다. 21일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도착한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이번 회담에 어떤 기대를 하고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위 윌 웨이트(We will wait·기다리겠다)”라고 짧게 대답했다. 미국이 먼저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22일 베이징에 도착한 글린 데이비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비핵화뿐 아니라 인권과 인도주의적 문제도 의제로 삼을 계획”이라며 “북한이 협조적인 태도(cooperative spirit)와 모든 의제를 논의할 자세로 회담에 나오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요구하는 30만 t 곡물 지원과 관련해서는 “우리 입장은 북한 주민의 복지에 관한 깊은 관심과 영양 지원 수요에 대한 기술적 평가에 기반해 지원하겠다는 것”이라며 “그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북한의 비핵화 사전 조치와 대북 식량 지원은 별개 문제라는 기존 입장에서 벗어나 두 문제를 함께 다룰 것임을 분명히 밝힌 것은 주목할 대목이다.
북한과 미국은 작년 10월 제2차 고위급 회담에서 우라늄농축프로그램 중단 조건으로 미국이 24만 t 규모의 영양 지원(알곡 제외)을 하는 방안에 사실상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논의가 중단됐다. 이번 회담은 기존 협의 내용을 재확인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이 더 높은 수준의 요구 조건을 내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회담은 23일 하루로 예정돼 있지만 협상 진전 여부에 따라 연장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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