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탄… 히틀러…” 美 샌토럼 돌풍은 막말 덕?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24일 03시 00분


- 사탄이 미국을 공격하고 있다
- 오바마는 사이비 종교철학주의자
- 국민이 이번 선거에 나서지 않으면 히틀러에게 침묵하는 것과 같다
- 오바마는 인간보다 지구가 더 중요하다고 한다
- 아이들을 공립학교에 보내는 것은 공장에 보내는 것과 마찬가지다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인 릭 샌토럼 전 펜실베이니아 상원의원의 돌풍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

7일 콜로라도, 미주리, 미네소타에서 열린 ‘트리플 경선’에서 승리한 후 지지율이 급상승한 샌토럼은 28일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의 정치적 고향인 미시간에서도 승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급진적이고 과격한 화법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급상승하자 샌토럼은 오히려 더 논란이 되는 발언을 구사해가며 화제를 몰고 다니고 있다.

22일 미시간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한 디트로이트 프리프레스 여론조사에서 샌토럼은 37%의 지지율로 34%의 롬니를 3%포인트 차로 앞서고 있다. 선거 전문가들은 미시간 경선에서 롬니를 꺾으면 공화당의 경선 판도는 뒤집힐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샌토럼의 기세가 10개 주에서 경선이 동시에 치러지는 다음 달 6일 ‘슈퍼 화요일’까지 이어지면 롬니 대세론은 완전히 무너질 수 있다.

아이오와 코커스 때 반짝 1등을 했으나 그 후 꼴찌 그룹에 머물던 샌토럼이 선두 자리를 위협할 정도로 승승장구하는 것은 경제 문제보다 가족, 종교, 낙태 등 사회 이슈에서 강경 보수 방침을 고수하는 정책이 공화당 유권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회적 보수주의자’ 사이에서 절대적 지지를 얻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와 비슷한 시각을 견지했던 미셸 바크먼, 허먼 케인 등이 중도 포기하면서 사회적 보수주의자들의 지지가 샌토럼에게 몰리고 있는 것. 사회 이슈에서 덜 보수적인 롬니는 믿을 수 없다는 것이 샌토럼을 지지하는 이유다.

샌토럼이 과격 화법으로 구설에 오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구체적인 경제 이슈보다 자신의 보수적 철학과 사상을 강조하려다 보니 과장된 단어나 어구를 사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자신에게 표를 던지지 않으면 “히틀러(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독재에 침묵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오바마의 종교적 믿음이 “사이비 종교철학에 근거를 두고 있다”고 공격하기도 했다. 4년 전 한 대학의 연설에서 “미국이 (도덕적으로) 사탄의 공격을 받고 있다”고 말한 것도 집중적으로 도마에 올랐다. 이 같은 발언들은 강경 보수파들 사이에서 “속 시원하다” “할 말 다 한다”는 반응을 이끌어 내며 샌토럼의 지지율을 올려주고 있다.

하지만 그의 최대 약점은 본선 경쟁력이 약하다는 것이다. 강경 보수적 성향이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고, 공화당 후보로 지명될 수도 있지만 일반 유권자를 대상으로 오바마 대통령과 맞붙을 때는 승산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워싱턴포스트는 샌토럼이 강조하는 가족, 종교 같은 문제들이 본선 이슈로서는 경쟁력이 없으며 공화당 지도부에서도 샌토럼의 과격 노선에 대해 거부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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