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기후과학 연구소 불법행위… “美 온난화 규제 막으려 관료들에게 정기 상납”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24일 03시 00분


폭로 과학자 도덕성도 도마에

“인류와 지구에 가장 중요한 핵심의제가 아수라장에 빠져버렸다.”(미국 공영라디오 NPR)

대기오염이 초래한 기후변화와 관련해 한 과학자의 폭로가 미 과학계를 뒤흔들고 있다. 미 온라인매체 허핑턴포스트는 20일 “기후변화가 인간의 책임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하트랜드연구소의 자금 조달 및 사용 명세를 담은 내부문건을 저명한 기후학자가 폭로했다”고 전했다.

‘대응 전략 및 방안’이란 제목의 이 문건에 따르면 시카고에 본부가 있는 하트랜드연구소는 에너지기업들이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몰리는 정책이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고위 관리들에게 정기적으로 돈을 건네왔다. 또 정부 산하 에너지단체가 하트랜드연구소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를 하도록 연구비를 지원해왔다. 특히 어린 학생들이 ‘기후변화가 꼭 인간의 책임은 아니다’라는 시각을 갖도록 하기 위해 교육 관계자들도 포섭했다. 이러한 활동을 위해 연구소는 익명의 단체들로부터 6년 동안 1600만 달러(약 180억 원)의 기부금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AFP통신은 “소문으로 떠돌던 반(反)기후변화 세력의 실체가 드러났다”며 “내용에 불법적인 요소가 많아 정부의 공식조사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평했다.

문건을 폭로한 피터 글리크 박사도 비난에 휩싸였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의 대표적인 기후변화 연구소인 ‘퍼시픽 인스티튜트’ 소속으로 미국지구물리학회(AGU) 윤리위원이며 2003년 맥아더재단이 수여한 ‘올해의 천재’상을 받은 글리크 박사가 문건을 입수한 방식 때문이다. 그는 연구소 이사회 임원으로 위장하고, 연구소 공식문건으로 위조한 e메일을 보내 문건을 얻어냈다.

이에 대해 하트랜드연구소의 조지프 바스트 소장은 “이번에 벌어진 부도덕한 범죄를 즉시 검찰에 고소하겠다”며 “공개한 문건 역시 조작 날조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