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 시스테마는 차베스 나팔수?”… NYT, 지지 연주회 등 유착설 제기

  • 입력 2012년 2월 24일 03시 00분


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 대통령(오른쪽)과 엘 시스테마의 창립자인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가 가볍게 포옹하고 있다. 왼쪽은 엘 시스테마 출신으로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에 오른 구스타보 두다멜이다. 사진 출처 엘 우니베르살
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 대통령(오른쪽)과 엘 시스테마의 창립자인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가 가볍게 포옹하고 있다. 왼쪽은 엘 시스테마 출신으로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에 오른 구스타보 두다멜이다. 사진 출처 엘 우니베르살
“엘 시스테마가 베네수엘라 정부의 과오를 덮기 위해 기괴한 구경거리로 이용되고 있다.”

세계적인 음악교육 프로그램인 ‘엘 시스테마’와 우고 차베스 정권 사이의 유착설이 제기됐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베네수엘라 일간지 엘 우니베르살의 칼럼니스트 사울 고도이 고메스의 칼럼을 인용해 차베스 대통령이 2년 전부터 엘 시스테마를 직접 관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은 엘 시스테마 출신 어린이 현악기 연주자 3명을 ‘차베스 사회주의 혁명 속에서 태어난 아이들’이라고 자랑스럽게 소개했다고 한다. 이에 반(反)차베스 세력은 10월 대선을 앞두고 차베스 대통령이 40년 가까이 이어져 오는 엘 시스테마를 자신의 정치적 업적으로 삼으려 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엘 시스테마는 1975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빈민가에서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가 범죄에 찌든 청소년들에게 음악을 통해 꿈과 희망을 주려고 만든 오케스트라.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최연소 상임지휘자인 구스타보 두다멜과 베를린 필하모닉 최연소 더블베이스 연주자 에딕손 루이스 등을 배출하면서 세계 각국에 영향을 줘 이 프로그램을 딴 음악교육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부산소년의 집 아이들로 구성된 ‘알로이시오 오케스트라’가 엘 시스테마 프로그램을 참고했다.

그런데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국민에게 영웅 대접을 받고 있는 두다멜도 정권에 협조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반차베스 측은 두다멜이 작년 7월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린 베네수엘라 독립 200주년 행사 때 유소년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1시간가량 연주한 것을 문제 삼고 있다.

당시 행사는 군사 퍼레이드가 펼쳐지고 친(親)차베스 세력이 ‘전진하라 지휘관이여’ 같은 차베스 지지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행진하는 등 차베스 세력의 경연장이라는 비난을 들었다. 이에 대해 두다멜은 “독립 기념행사에서 지휘를 한 것은 특정한 세력을 위한 게 아니라 모든 베네수엘라 국민을 위한 것이었다”고 반박했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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