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테러는 스파이 영화의 가상 시나리오가 아닌 엄연한 현실이다. 테러조직은 이제 군사시설이나 군인만 공격목표로 삼지 않고, 일반 시민까지 무차별 공격하고 있다. 이는 전쟁에 대한 공포감, 정부에 대한 불신감, 경제적 충격을 동시에 주기 위한 비열한 수법이다. 국내 증권시장에서도 최근 “북한의 핵시설에 방사능 누출사고가 벌어졌다”는 소문을 퍼뜨려 시세차익을 보려는 시도가 있었다.
핵 테러는 크게 두 가지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첫 번째는 핵무기 혹은 방사능무기를 직접 제조하는 방법이다. 소형 핵폭탄을 제조, 구입하거나 이른바 ‘더러운 무기(더티봄: Dirty Bomb)’로 불리는 방사성물질을 장착한 재래식 무기를 사용하는 것. 두 번째는 원자력 시설에 대한 재래식 공격으로 원자로를 파괴해 후쿠시마 원전사태처럼 방사성물질이 유출되도록 함으로써 핵무기 공격과 같은 효과를 보려는 시도다.
이 중 더티봄은 핵분열물질 혹은 방사성물질을 재래식 폭약을 이용해 발파해 살포되도록 하는 방식이다. 핵폭탄에 비해 정밀한 제조기술이 필요하지 않고, 방사성물질을 입수하는 것도 고농축우라늄이나 플루토늄에 비해 용이하기 때문에 테러조직이 주목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 하지만 이 더티봄은 가장 비인간적이면서 비열한 방식으로 지목되고 있다. 원전을 파괴해 방사능 유출을 꾀했던 테러공격은 전례가 있다. 1976년 5월 미국 북동부 메인 주의 원자력 발전소에서 미국 내 자생 테러조직이 두 발의 폭탄을 터뜨린 적이 있고, 1978년 스페인에서는 바스크분리주의자들에 의해 비슷한 테러가 발생해 2명이 사망하고 14명이 부상했다. 이들 사건은 다행히 방사능 누출은 없었다.
테러조직에 의한 원전 공격은 2001년 미국 뉴욕의 9·11테러 이후 그 가능성이 급부상했다. 비행기를 탈취해 ‘카미카제’식의 자폭 테러를 감행할 경우, 원자로는 물론이고 사용후핵연료 저장고에서 고농도 방사능이 유출돼 피해가 광범위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07년 미국 원자력에너지협회는 항공기가 원전 시설에 충돌할 경우의 파괴력과 안전성을 분석하기도 했다. 이 실험은 9·11테러 당시 미국 국방성에 자살테러를 감행한 항공기와 같은 조건으로 진행됐다. 실험 결과 원전의 격납용기는 붕괴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비행속도를 높이거나, 충돌지점이 격납용기 인근일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옛 소련 체르노빌 원전사고 당시 20만 명 이상이 방사능에 피폭된 점을 감안하면 테러조직은 이 같은 방식의 원전 공격을 얼마든지 염두에 둘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원전시설에 대한 테러 대비책이 현안이 되고 있지만 현실은 아직 미흡하다. 실제 작년 10월 소형 선박을 탄 중국인 밀입국자들이 국가 1급 보안시설인 영광 원자력발전소 코앞까지 접근했으나 발견하지 못하기도 했다. 이는 원자력 시설 방호태세에는 적신호였다.
핵물질을 불법 획득해 소형 핵폭탄을 제조하는 것도 개연성은 있다. 과학자들은 소련 붕괴 이후 폐쇄된 무기 실험소와 핵 저장소의 핵물질이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는 그동안 약 1만 기의 핵폭탄을 해체했지만 일부는 기록상으로만 해체되었을 뿐, 어디에 어떻게 처리했는지는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미국 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1992년부터 1999년 사이 최소 4건의 무기급 및 무기화 가능성이 있는 핵물질 절도사건이 러시아 내 연구소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테러조직에 핵물질을 은밀히 건넬 가능성이 있는 국가로 파키스탄이 꼽힌다. 2003년 파키스탄 정부는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와 내통한 혐의로 핵과학자 2명을 체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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