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美軍, 지휘관이 “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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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9일 03시 00분


軍 당국 ‘오발’ 은폐… 숨진 병사 부친이 밝혀내

2006년 육군 훈련센터인 미국 조지아 주 포트베닝에서 사진을 찍은 데이비드 샤럿 씨(오른쪽)와 아들 데이비드 주니어 부자.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2006년 육군 훈련센터인 미국 조지아 주 포트베닝에서 사진을 찍은 데이비드 샤럿 씨(오른쪽)와 아들 데이비드 주니어 부자.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이라크전에서 아들을 잃은 한 미군 병사의 아버지가 군 당국이 끝내 감추려 한 진실을 밝혀내 미국 사회를 숙연케 하고 있다.

27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버지니아 주에 사는 고등학교 교사 데이비드 샤럿 씨(57)는 2008년 1월 이라크에 간 아들 데이비드 주니어 일병(사망 당시 27세)이 바그다드 인근에서 무장단체와 교전 도중 숨졌다는 청천벽력 같은 통보를 받았다. 아들의 장례를 치른 뒤에도 머릿속엔 의구심이 가득했다.

그런데 장례를 치른 5개월 뒤 받은 사망 보고서 한구석엔 ‘데이비드 주니어가 아군 식별장치가 켜지지 않은 상황에서 작전을 수행하다 아군의 총에 맞아 숨졌다’는 대목이 있었다. 하지만 누가 쐈는지, 시신이 어떻게 처리됐는지, 당시 상황을 촬영한 비디오가 있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2009년 2월, 아들의 전우들이 찾아왔다. 전우들은 사건 당일 무인항공기 등에서 현장을 촬영한 비디오 자료 등을 내밀며 “정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그간 머릿속을 채웠던 의혹을 하나씩 파헤치며 끈질기게 재조사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2008년 1월 16일 이라크 소도시 발라드. 데이비드 주니어 일병이 소속된 미 보병 101사단 6소대 대원 8명은 수풀 속으로 들어간 이라크 반군 6명을 잡으러 나섰다. 덤불에 총격이 가해진 순간, 앞쪽으로 이동하던 데이비드 주니어가 어디선가 날아온 총탄을 맞고 쓰러졌다. 곧 그 옆에 있던 지휘관 티머시 핸슨 중위가 가장 먼저 대기 중이던 헬기에 올라탔다. 이륙한 헬기 조명이 땅에 누워 고통스러워하는 주니어를 비추는 게 비디오 영상에 잡혔지만 헬기는 다른 부상자만 태운 채 병원으로 갔다.

2010년, 아버지의 계속되는 요구로 마침내 부검이 이뤄졌다. 영상과 부검 결과를 종합해 볼 때 아들은 총을 맞은 뒤 75분간 숨이 붙어 있었고 누가 쏘았는지 알 수 없다던 가해자는 아들과 불과 1.8m 떨어진 위치에 있던 핸슨 중위였다. 군은 당시 너무 어두워 신음하는 주니어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해명했고, 핸슨 중위는 덤불 쪽으로 총을 쏜 기억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거듭된 탄원 끝에 그날 새벽 핸슨 중위가 아군을 식별할 수 있는 적외선 장치를 켜라는 지시를 부하들에게 내리지 않았다는 점도 밝혔고 이미 승진한 상태이던 그의 군복을 벗길 수 있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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