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보도 “미군, 꾸란 소각과정은 불운에 판단 실수 겹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5일 03시 00분


美-아프간 조사단 “다른 책 태우려다…”

지난달 20일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공군기지 인근에서 불태워져 미국과 아프간 사이의 긴장을 고조시킨 이슬람 경전 ‘꾸란(코란)’ 소각 사건(본보 2월 28일 A18면 참조)의 경위가 공개됐다.

2일 미국과 아프간 공동조사단이 밝힌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군기지 인근 수감시설 미국 관리들은 평소 수감자들이 도서관 소장 도서 여백에 메모해서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고 의심해 메모가 적힌 책들을 따로 분류하는 작업을 했다. 아프간계 미국인 통역 2명이 도서관 내 모든 책의 분류를 맡았다. 이들이 골라낸 책은 모두 1652권으로 꾸란을 비롯한 종교서적과 학술서적, 시와 소설 등도 포함됐다. 그러나 메모는 수감자들의 이름이나 체포 장소 등을 기록한 것으로 미군이 우려했던 내용과는 별 관계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미군은 분류한 책들을 따로 보관할 공간이 없다는 이유로 성급하게 소각 명령을 내린 것으로 밝혀졌다. 소각 임무를 맡은 미군 병사들이 트럭에 책을 싣고 떠나는 모습을 본 아프간 군인들은 책들 속에 꾸란이 섞여 있음을 발견하고 아프간 군 상부에 보고했다. 아프간 군 지휘부가 즉각 미군 측에 우려를 표명하자 미군 측이 부랴부랴 나섰으나 해당 트럭은 이미 소각장으로 떠난 뒤였다.

병사들이 책을 불길에 던진 후 소각 작업을 돕던 아프간 인부가 불타고 있는 책들 속에서 꾸란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 친구들에게 휴대전화로 알리면서 사건은 일파만파 커졌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아프간인들은 양동이로 물을 길어와 부었고 이들 중 한 명은 불 속으로 뛰어들기까지 했지만 허사였다. 꾸란 4권을 비롯한 책들이 이미 불에 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상태였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일은 미군의) 불운(不運)과 판단 실수가 겹쳐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미군 측은 2일 지휘관을 포함한 관련자 6명을 징계 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히며 “신성모독 의도나 고의성은 없었다”고 강조했지만 아프간 종교지도자들은 관련인 신원을 공개하고 교도소 운영권까지 넘기라고 주장했다. 아프간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전국적인 항의시위와 미군을 겨냥한 공격이 발생해 지난주에만 아프간인 29명과 미군 6명이 사망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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