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世銀총재 시켜달라” 제프리 색스의 도전? 객기?… 美 진보 경제학자 공개 출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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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14일 03시 00분


“정치-외교적 능력 필요한 자리”… 전문가들 적임 여부에 회의적

“나만 한 적임자가 없다. 나를 세계은행 총재 시켜라.”

진보파 경제학자 제프리 색스 컬럼비아대 교수(58·사진)가 차기 세계은행 총재가 되기 위해 벌이고 있는 캠페인이 도마에 올랐다. 트위터를 통해 지지를 호소하며 공개적으로 출사표를 낸 그의 행보에 기존 밀실 선출 방식에 반기를 든 용기 있는 행동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행동이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많다.

하버드대 사상 가장 젊은 나이인 29세에 경제학 교수가 된 색스는 1980, 90년대 볼리비아, 폴란드, 러시아 등의 국가고문으로 활동하며 명성을 쌓았다. 2002∼2006년 유엔의 빈곤퇴치 사업인 ‘밀레니엄 빌리지 프로젝트’의 책임자를 맡을 땐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을 향해 빈곤 해결에 소극적이라고 비판했다. 당시 영화배우 앤젤리나 졸리, 록스타 보노 등과 함께 아프리카 빈곤국들을 방문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색스 교수는 1일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내가 세계은행 총재가 된다면’이라는 글에서 “빈곤 퇴치를 위해 세계 125개국을 돌아다닌 나는 이제 워싱턴 시내 18번가와 펜실베이니아 거리의 교차점에 있는 건물(세계은행)에 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트위터를 통해서는 부탄, 케냐, 요르단 대통령과 총리 등 자신을 지지해준 사람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명하며 고맙다는 메시지를 시시각각 날리고 있다.

그동안 세계은행과 IMF 총재는 미국과 유럽이 각각 추천한 인사가 맡아온 것이 관례. 실질적 결정권자는 미국 대통령이다. 5년 임기를 마치고 6월 물러나는 로버트 졸릭 총재 후임에는 현재 로런스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 존 케리 미 상원의원,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 대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 색스 교수는 후보군에도 올라 있지 않다. 최근 들어 아시아와 남미권을 중심으로 미국과 유럽이 밀실에서 정하는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는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는 색스 교수가 적임자라고 보기 힘들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가 주장하는 빈곤 퇴치는 세계은행에서는 실무자 업무에 불과하며 세계은행 총재는 각국의 이익을 중재하는 정치적, 외교적 능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후방에서 관련 인사들을 설득하기보다 트위터 등을 동원해 공개 캠페인을 벌이는 도전 방식은 오히려 총재 결정권을 가진 인사들 사이에서 별로 큰 점수를 받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고 온라인 매체 슬레이트는 지적했다. 슬레이트는 12일 색스 교수의 도전 캠페인을 “유별나다(bizarre)”고 지적하며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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