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서 민간인 16명을 살해한 미군은 이라크 전장에 3번이나 파병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10년 사이에 이번 아프가니스탄 파병을 포함해 4차례나 전장에 투입된 전쟁 스트레스가 총기 난사라는 광적인 행동으로 연결됐을 가능성에 진상조사의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미국 펜타곤(국방부)의 조지 리틀 대변인은 12일 범인이 이라크에만 3번 파병되었으며 지난해 12월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돼 네 번째 전쟁터에서 임무를 수행 중이었다고 밝혔다.
미군의 전투현장에 파병할 병력 부족은 이미 오래전부터 심각한 문제였다. 미군 건강감독센터가 2001년 10월 1일부터 2010년 12월 31일 사이 이라크, 아프간 참전군인 130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파병된 군인 10명 중 6명이 이미 한 차례 이상 전쟁에 파병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전군인들에게 정신보건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영리 단체 ‘기브 언 아워’의 설립자 바버라 밴 데일런 씨는 “여러 번 전장에 파견된 군인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나 우울증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러나 파병 횟수가 많다고 이것이 곧 정신적인 충격으로 나타나는 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조사 결과 3차 파병지에서 PTSD가 나타날 확률은 2.7%였지만 4차 파병지에서는 오히려 1.9%로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의 범인은 2010년 이라크에서 근무할 당시 자신이 타고 있던 차량이 전복돼 머리를 다쳐 가벼운 뇌손상을 입었지만 근무 적합 판정을 받고 아프간에 파병된 것으로 알려졌다.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은 범인에 대해 사형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아프간 조기 철군 여론이 높아지는 것과 관련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3일 미 CBS방송 인터뷰에서 “반드시 책임 있는 방식으로 아프간에서 철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조기 철군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날 아프간에서는 대학생 수백 명이 오바마 대통령의 모형과 성조기를 불태우며 총기 난사에 항의하는 첫 반미시위를 벌였다. 또 무장 테러단체 탈레반은 총기 사건이 일어난 칸다하르 주 발란디 마을을 방문한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의 형과 고위 정부 관리들로 구성된 정부 대표단에 총격을 가해 군인 1명을 숨지게 하고 또 다른 군인 1명과 군 검사에게 부상을 입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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