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아르헨 이번엔 ‘포클랜드 석유’ 으르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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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4일 03시 00분


전쟁발발 30주년 맞아 긴장 고조
막대한 원유 매장 가능성 대두에 남미국들도 “아르헨 영유권” 주장
英 “경제난 아르헨 정권의 꼼수”

‘포클랜드 제도인가, 말비나스 섬인가.’

900여 명의 사망자를 낸 포클랜드 전쟁 30주년(4월 2일)을 앞두고 영국과 아르헨티나의 갈등이 다시 격화되고 있다. 뿌리 깊은 양국의 자존심 싸움에 더해 최근 포클랜드 앞바다에 막대한 석유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서로가 한 치도 물러서기 힘든 형국이 됐다. 게다가 다른 남미 국가들까지 가세해 국제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아르헨티나 외교부는 22일 “말비나스 섬(포클랜드의 아르헨티나 지명) 인근 해안의 석유 시추 사업은 불법”이라며 “관련 영미 기업들을 모두 처벌하겠다”고 발표했다. 아르헨티나 해안에서 500km 이내 지역은 아르헨티나 관할 대륙붕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영국 정부는 “석유 시추는 합법적인 주권 행사”라며 즉각 반격에 나섰다.

뉴욕타임스는 잠잠하던 포클랜드 논쟁이 갑자기 가열된 것은 섬 인근에 막대한 석유가 묻혀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라고 보도했다. 사실 포클랜드는 어업 외엔 경제적 매력이 없다는 평가가 컸다. 그러나 지난해 한 영국 석유업체의 조사 결과 약 47억 배럴의 석유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대두됐다. 아르헨티나 내에서 ‘말비나스 되찾기 운동’이 다시 불붙은 것도 이때부터였다.

영국 언론은 아르헨티나 정부의 ‘정치적 꼼수’를 의심하고 있다. 더타임스는 “석유 매장설은 이전부터 존재했고 아직 확실한 근거도 없다”며 “최근 물가 상승과 실업률 증가로 비난을 받는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국민의 관심을 포클랜드로 돌리려는 의도”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영국군의 남미 진출을 경계하는 남미 국가들이 아르헨티나를 거들고 나서면서 포클랜드 문제는 양국의 문제를 넘어 국제적 현안으로 떠올랐다. 셀락(CELAC·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 해 국가공동체)은 지난해 12월 “아르헨티나의 합법적 권리를 인정한다”고 선언했다. 이런 가운데 영국이 지난달 윌리엄 왕세손을 포클랜드에 상징적으로 파병하며 핵잠수함과 최첨단 구축함까지 배치하자 호세 무히카 우루과이 대통령은 “남미 앞바다의 군사적 긴장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영국 국적 선박의 입항을 불허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아르헨티나는 다음 달 2일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개최하는 말비나스 전쟁 발발 30주년 행사에 남미 정상들을 초청해 압박의 수위를 높여나갈 계획이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유엔은 “분쟁 확산을 피하도록 중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국은 “영토 주권 문제에 제3자가 관여할 이유가 없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는 쉽지 않은 상태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국제#석유#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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