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파의 선두주자로 보시라이(薄熙來)의 라이벌이었던 왕양(汪洋) 광둥(廣東) 성 서기가 ‘부자 2세 역할론’을 강조하며 민간기업 끌어안기에 나섰다.
2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왕 서기는 최근 광둥 성의 한 신문에 2세 기업인들을 격려하는 장문의 편지를 실었다. 왕 서기는 2세 기업인을 ‘창조적인 계승자’로 칭하며 “광둥의 발전은 민간기업 덕분”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구세대가 이뤄놓은 경제적 성과가 계속될지는 혁신적이고 차별화된 계승자들에게 달려 있다”며 “(돈을) 버는 것보다 지키는 게 더 어려운 법”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편지는 ‘창조적 2세대’라는 광둥 지역 젊은 기업가 모임이 왕 서기에게 보낸 서신에 대한 답장 형식으로 작성됐다. 이 기업가들은 왕 서기에게 민간 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를 정비해 달라고 했다. 특히 중국에서 2세 기업인들을 ‘푸얼다이(富二代)’로 부르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푸얼다이는 부모의 부를 물려받은 부자 2세를 뜻하는 조어로 돈을 물 쓰듯 쓴다는 부정적 의미를 담고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이끌고 있는 중국 우파는 지속적인 개혁·개방을 앞세우며 민간 부문을 중시한다. 반면 보시라이로 대표되는 좌파는 사회주의 초기 이념에 맞춰 국가 주도의 경제 개발에 초점을 맞춰왔다.
이와 관련해 후 주석과 원 총리에 맞서 보시라이를 적극 지지했던 것으로 전해진 저우융캉(周永康)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정법위 서기가 22일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전국정법선전공작회의에 참석하지 않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서도 저우 서기와 관련된 검색이 차단되고 있다.
한편 충칭(重慶) 시 당서기에서 해임된 보시라이는 올가을 중국 최고 지도부를 뽑는 제18차 당대회의 충칭 대표단에서도 제외됐다고 홍콩 밍(明)보가 23일 전했다. 아예 당과 정부 안에 발붙일 곳을 없애겠다는 지도부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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