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뒤지다니” 日, 해외유학 파격 지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6일 03시 00분


대학생들 기피로 유학 급감… 2009년 현재 한국의 25% 그쳐
“40개 대학 5년간 재정 투입”

해외유학생을 늘리기 위해 일본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해외에 나가 공부하기를 꺼리고 국내에 안주하려는 일본 젊은이들의 도전정신 결여가 국가경쟁력 쇠퇴로 이어지고 있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이다.

25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문부과학성은 대학생의 해외유학을 촉진하기 위해 올해부터 40개 대학을 선정해 집중 지원하기로 했다. 학교당 지원액은 연간 1억 엔(약 13억 원)∼2억 엔으로 올해부터 5년 동안 지급된다. 지원금은 학생들의 유학을 촉진할 수 있는 어학교육이나 외국인 교원 채용, 유학상담 창구 개설 등 유학 지원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쓰이게 된다.

일본 정부가 해외유학생을 늘리기 위해 재정까지 투입하기로 결정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물질적 풍요와 편리함에 젖어든 일본 젊은이들의 ‘초식(草食)화’ 현상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새로운 목표에 도전하고 쟁취하는 이른바 ‘육식계 동물’에 대비되는 말로 소극적이고 내부지향적 성향의 ‘초식계’라는 신조어가 유행할 정도다.

일본의 해외유학생은 2004년(8만2945명)을 정점으로 점차 줄어 2009년에는 5만9923명에 머물렀다. 최근 5년간 약 30% 줄어든 것이다. 반면 한국은 해외유학생(대학)이 2004년 18만7683명에서 지난해 28만9288명으로 최근 7년간 54% 이상 급증했다. 미국 국제교육연구소에 따르면 2009년 현재 미 대학에서 공부하는 한국인은 7만2153명으로 일본(2만4842명)의 3배에 이른다.

일본 대학생의 해외유학 기피 풍조는 일본 기업의 채용문화와도 관련이 있다. 일본에서는 석사나 박사 학위 취득이 아닌 1, 2년 단기 유학의 경우 오히려 취직하는 데 마이너스다. 일본 기업들은 4년 정규과정을 마치고 제때 졸업한 학생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인구 1억2000만 명이 넘는 든든한 내수시장이 있어 기업들이 해외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할 필요성이 떨어지는 것도 한 요인이다.
하지만 일본 경제침체가 20년 넘게 이어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또 경제 글로벌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일본 기업과 인재의 국제화는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됐다. 이에 따라 일본 최고 명문대인 도쿄대는 ‘터프한(강인한) 도쿄대생’을 기치로 학부생의 30% 이상이 단기 해외유학을 경험하도록 하는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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