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새 행정장관으로 친(親)중국 성향의 렁춘잉(梁振英·58) 후보가 당선됐다.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은 25일 선거인단 1200명이 참여한 가운데 실시된 제4대 행정장관 선출 투표에서 렁 후보가 유효투표 수 1132표 중 689표를 얻어 당선이 확정됐다고 보도했다.
중국 산둥(山東) 성 웨이하이(威海)에서 이민 온 말단 경찰관의 아들로 태어나 홍콩이공대를 졸업한 렁 당선자는 영국 웨스트잉글랜드대에서 상업관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홍콩에서는 입지전적인 인물로 통한다.
그는 중국의 홍콩 통치 이념인 일국양제(一國兩制)를 지지하며 이를 위해서는 홍콩이 중국의 정책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또 서민 지원, 공공주택 건설 확대 등 빈부격차 해소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어 아시아 최대 부호인 리카싱(李嘉誠) 청쿵실업 회장 등 홍콩 재계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중국은 홍콩정부의 수반을 뽑는 이번 선거에서 렁 당선자와 헨리 탕(탕잉녠·唐英年) 전 홍콩 정무사장(총리 격) 가운데 누구를 밀 것인지를 저울질하다 막판에 렁 당선자를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정부의 수반인 행정장관 선출은 선거인단의 상당수가 친중 인사라는 점에서 중국의 의중이 관철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탕 후보가 선거 중반까지 우위를 점했던 데다 홍콩 재계가 탕 후보를 지지하고 나선 탓에 백중세가 예상됐다. 특히 홍콩이 차기 중국 지도자로 확실시되는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의 관할지역이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개표 결과 탕 후보가 285표를 얻는 데 그쳐 중국의 사전 정지작업이 광범위하고 밀도 있게 전개됐음을 짐작하게 했다. 반중(反中) 성향인 앨버트 호(허쥔런·何俊仁) 민주당 주석은 76표를 얻었다.
렁 당선자는 7월 1일부터 5년 임기를 시작하며 선거를 통해 한 번 연임할 수 있다. 첫 임기가 끝나는 2017년부터는 행정장관 직선제가 실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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