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산테러 피해여성, 파키스탄서만 年 150명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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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해 여성 재활 그린 아카데미 수상작 ‘세이빙 페이스’… 출연 의사 자와드씨 인터뷰

영화 ‘세이빙 페이스’에서 재건 성형의 모하마드 자와드 씨(오른쪽)가 염산테러 피해여성 자키아 씨의 왼쪽 얼굴을 살펴보고 있다. 자키아 씨는 재건 성형수술을 받고 염산 테러로 망가진 왼쪽 얼굴을 상당 부분 회복했다. 모하마드 자와드 씨 제공
영화 ‘세이빙 페이스’에서 재건 성형의 모하마드 자와드 씨(오른쪽)가 염산테러 피해여성 자키아 씨의 왼쪽 얼굴을 살펴보고 있다. 자키아 씨는 재건 성형수술을 받고 염산 테러로 망가진 왼쪽 얼굴을 상당 부분 회복했다. 모하마드 자와드 씨 제공
파키스탄 여성 자키아 씨(39)는 이혼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남편으로부터 염산테러를 당했다. 왼쪽 얼굴이 눈과 코를 지우개로 지워버린 듯한 끔찍한 모습으로 변했다. 같은 파키스탄 여성 루크흐사나 씨(23)도 남편에게 염산테러를 당했다. 그러나 시댁 식구들은 루크흐사나 씨에게 남편을 용서하라고 강요했다.

이 두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세이빙 페이스'는 지난달 26일 제8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단편 다큐멘터리 부문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영화는 염산테러로 얼굴과 삶이 망가진 두 여성이 파키스탄 출신 영국 성형외과 의사 모하마드 자와드 씨(54)에게서 재건 성형수술을 받고 잃어버린 삶을 찾아 나서는 치유의 여정을 담았다.

동아일보는 24일 자와드 씨를 서면 인터뷰했다. 그는 남성우월사회에서 자행되는 염산테러는 피해 여성들의 삶을 송두리째 망가뜨리는 무시무시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염산테러는 놀랍게도 주로 피해자의 가족에 의해 자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 여성들은 그들이 당한 끔찍한 공격 때문에 사회로부터 외면당하는 이중의 고통을 겪게 됩니다."

자와드 씨는 불과 4년 전만 해도 그가 태어난 나라 파키스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2008년 영국 런던에서 만난 모델 케이티 파이퍼 씨(29)가 처음 만난 염산테러환자였다. 파이퍼 씨는 옛 남자친구가 보복으로 염산테러를 저지르면서 얼굴이 망가졌다. 자와드 씨는 파이퍼 씨의 상태를 보고 심한 충격을 받았다.

"그때까지 그런 장면은 본 적이 없었어요. 마치 얼굴에 큰 불이 난 것 같았죠. 염산은 피부 속 깊이깊이 스며들어요. 일종의 살인행위입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파이퍼 씨는 자와드 씨를 자신의 영웅이라고 추켜세웠다. 영국의 한 민영방송에서 파이퍼 씨의 수술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 '마이 뷰티풀 페이스'가 방송되자 자와드 씨는 재건성형수술로 유명해졌다. 얼마 뒤 자와드 씨는 동료의사로부터 파키스탄에서는 이런 테러가 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때부터 자와드 씨는 3개월마다 파키스탄을 방문해 남부도시 카라치에 위치한 인더스병원 등 자선단체들의 기금으로 운영되는 무료진료소에서 염산테러 피해자들의 삶을 바꾸는 재건 성형수술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나는 카라치에서 대가족의 일원으로 태어났어요. 형제만 무려 8명이었죠. 가족 중 의학을 공부한 사람은 내가 처음이었어요. 정부지원을 받아서 거의 무료로 의학공부를 했고 의학박사 학위도 딸 수 있었죠. 이후 영국으로 유학을 가서 의학공부를 더 했고 그곳에 자리를 잡았지만 늘 고국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어요. 내가 태어나고 속한 가난한 사회를 위해 뭔가 돌려주고 싶었어요."

염산테러피해자재단(ASF)에 따르면 파키스탄에서는 해마다 약 150명이 염산테러를 당하고 있다. 피해자 대부분은 여성이다. 염산테러를 암묵적으로 용인하고 은폐하려는 사회 분위기를 고려할 때 실제 피해 사례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ASF는 추정한다. 염산테러는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인도 등 남아시아 국가에서도 많이 발생한다. 방글라데시에서는 1999년부터 2010년까지 무려 3000건이 넘는 피해 사례가 ASF에 접수됐다.

이들 국가에서 발달한 면화산업에 염산이 사용되기 때문에 염산을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과 여성을 차별하는 사회적 분위기 등이 염산테러가 빈발하는 원인이다.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염산테러의 가해자는 대부분 피해자의 남편이나 구애를 거절당한 남성이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어려운 형편과 재건 성형기술이 부족한 의료 환경 때문에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평생을 숨어 지낸다. 사회적 인식 때문에 가해자 처벌도 쉽지 않다.

다행히 최근 자선단체와 피해자들의 노력으로 염산테러 가해자를 처벌하는 법안이 마련되고 있다. 지난해 파키스탄은 최소 14년형을 선고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방글라데시도 2002년 염산테러범에 대해 사형까지 구형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덕분에 방글라데시의 염산테러 피해는 해마다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영화 '세이빙 페이스'의 수상소식이 염산테러라는 인간이 만들어낸, 특히 남성들이 만들어낸 질병을 뿌리 뽑는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더불어 전 세계의 의료계 종사자들이 재건성형수술을 받지 못해 고통스럽게 살고 있는 제3세계 염산테러 피해자들을 치료하는데 발 벗고 나서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주애진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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