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佛 대선, 문제는 ‘테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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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6일 03시 00분


호재 만난 사르코지 “새로운 테러법 제정”
올랑드는 반대 입장… 지지율 엎치락뒤치락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테러 이후 치안과 이민 문제가 4월 22일 치러지는 프랑스 대선의 최대 이슈로 급부상했다. 오랫동안 2위에 머물렀던 집권 대중운동연합(UMP) 후보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상승해 사회당 프랑수아 올랑드 후보와 엎치락뒤치락 선두다툼을 벌이는 가운데 새로운 테러법 등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툴루즈 테러로 잡은 대역전의 호기를 살린다는 태도다. 사르코지 내각의 프랑수아 피용 총리는 23일 새 테러 법안을 마련해 2주 내에 상원과 협의하겠다고 했다. 법안은 테러리즘 관련 인터넷 사이트를 자주 접속하거나 테러 단체와 접촉한 의혹이 있는 인물을 정기적으로 감독하고 조사하는 내용 등을 담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올랑드 후보는 24일 “매번 새 법을 만들 필요가 없다”며 “현행 법 내에서 경찰에 더 많은 대응 수단을 제공하면 된다. 적용되지 않을 법을 자꾸 만드는 건 좋지 않다”고 반격했다. 테러 문제가 최대 이슈로 부상하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다. 그 대신 사회당은 “외국인과 저소득층을 사회에 통합시키지 못하고 불만 세력으로 키운 정부에 책임이 크다”며 사르코지 대통령의 다문화정책 실패를 부각시켰다. 리베라시옹 등 올랑드 후보를 지지하는 좌파 언론들도 “테러범 체포 작전이 진압 시기부터 방법까지 미숙함투성이였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사르코지 대통령은 같은 날 UMP 간부 회동에서 “괴물 테러리스트에 맞서 목숨을 걸고 치안과 권리, 자유를 위해 싸운 이들의 명예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을 그냥 두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올랑드 후보는 한 번도 반(反)테러 법안에 투표한 적이 없다”며 “그는 우물쭈물하고 교묘하게 회피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나는 10년 전(내무장관 시절)부터 치안을 책임졌고 타협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툴루즈 테러는 사르코지 대통령에게는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가 됐다. 반년 넘게 올랑드 후보에게 10%포인트 이상 뒤처진 사르코지 대통령이 지난달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극우 성향의 공약들을 쏟아 놓으며 맹추격하는 과정에서 벌어졌기 때문이다. 사르코지 대통령의 전략가들은 약 18%의 지지율로 우파의 표를 잠식해온 극우 국민전선(FN) 지지 세력을 끌어와 1차 투표를 백중세로 만들고 결선에서 역전한다는 시나리오를 마련했다. 부유층 과세나 교원 연봉 인상 같은, 그동안 치중했던 포퓰리즘성 공약은 뒤로 미루고 이민 축소, 무슬림과 유대인을 ‘차별하는’ 식품 분류 법안 등을 전면에 내세웠다. FN의 지지율이 13%대로 빠지면서 사르코지 대통령의 지지율이 그만큼 올랐고 이달 둘째 주 처음으로 1차 투표 조사에서 올랑드 후보를 앞섰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이슬람#테러#프랑스#UM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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