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데, 3선 금지에도 출마 강행… 2차결선 뒤지자 “물러나겠다”
새 대통령에 野 마키 살 당선
헌법을 바꾸고 3선 금지 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등의 방법으로 장기 집권을 노리던 압둘라예 와데 세네갈 대통령(85·사진)이 25일 대통령 선거 패배를 순순히 인정하고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12년 독재가 대형 유혈 사태 없이 막을 내리게 된 것이다. 권력 연장에 혈안이 된 듯한 모습을 보이던 와데 대통령이 평화로운 정권 이양을 결정한 것은 ‘아랍의 봄’의 영향으로 민주화라는 대세를 거스를 수 없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UPI통신 등 외신은 26일 세네갈 대통령 결선 투표 초반 집계 결과 야권 후보인 마키 살 전 총리(50)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와데 대통령이 살 전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승리를 축하하고 패배를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와데 대통령은 1978년부터 네 차례 대선에 나서 2000년 7년 임기의 대통령에 처음 당선됐다. 이어 2007년 재선을 노렸으나 “7년 임기를 두 번씩이나 하느냐”는 비판에 직면하자 개헌으로 임기를 5년으로 줄인 후 재선됐다.
와데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 출마하자 ‘3선 금지 조항’ 위반이라는 비판이 비등했다. 2001년 개헌 때 3선 금지 조항이 신설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와데 대통령은 “3선 금지 조항은 2001년에 만들어졌으므로 2000년부터 대통령 임기를 수행하고 있는 나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며 출마를 강행했다. 그의 영향력하에 있는 헌법재판소도 ‘3선 출마’가 합헌이라고 판결했다. 그러자 3선 출마에 항의하는 전국적인 시위가 벌어져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6명이 사망했다.
1차 투표에서 34%를 득표해 7%포인트 차로 1위를 차지했던 와데 대통령은 2차 결선투표에선 야당 후보들이 연합한 결과 살 전 총리가 개표 초반부터 큰 차이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자 선선히 패배를 인정했다.
세네갈은 1960년 프랑스에서 독립한 후 서아프리카에서 상대적으로 가장 민주화된 국가라는 평가를 받아왔으나 와데 대통령 취임 후 정치 상황이 악화됐다. 하지만 국민들의 높아진 시민의식과 함께 중동·아프리카의 민주화 분위기 확산에 따라 또 한 명의 독재자가 아프리카에서 물러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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