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핵안보정상회의]“카카오톡-미투데이… SNS 통해 세계가 한류에 사로잡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7일 03시 00분


■ 오바마 한국외국어대 특강 이모저모

“같이 갑시다.”

서툴지만 짧고 우렁찬 한국어로 강연이 끝나는 순간 1400여 명의 청중은 일제히 박수갈채를 보내며 기립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렇게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재확인하며 한국외국어대 특별강연을 끝맺었다. 한국외대 재학생 700명을 비롯해 교직원 초청인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한국외대 미네르바대강당에서 26일 오전 10시 반부터 30여 분간 진행된 특강은 20여 차례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미국 대통령이 한국 대학을 방문해 강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은 양복 차림의 오바마 대통령이 연단에 등장하자 학생들은 일제히 일어나 스마트폰과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며 함성을 질렀다.

오바마 대통령은 “핵무기 없는 세상을 추구하는 우리의 비전을 불가능한 목표라고 비웃는 사람들에게 한국으로 와보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 나라는 전쟁의 폐허에서 번영을 이룬 나라다. 어제 내가 서 있었던 비무장지대(DMZ)에 서서 국민에게 헌신한 나라와 국민을 굶주리게 하는 나라의 가장 극명한 차이를 보라. 북한에서 태어나 자유와 기회를 찾아 목숨을 걸고 남한으로 오는 용감한 사람들을 만나보라.”

핵문제에 대한 다소 무거운 주제의 강연이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엄숙함과 유머를 적절하게 조율하며 청중의 웃음과 박수를 이끌어냈다. 강연 초반에는 “한국외대는 세계적으로 우수한 외국어 프로그램을 갖춘 학교다. 여러분의 외국어 실력이 나보다 뛰어나다”면서 “감사합니다”를 한국말로 말해 환호를 받았다.

또 한국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미투데이, 카카오톡 등의 이름을 또박또박 언급하며 “디지털 시대에 국경을 초월해 서로 연결하고 혁신할 수 있다. 이래서 세계인들이 한류 열풍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방한하기 전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SNS로 학생들에게 질문을 받았더니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서 오바마 지지자인 것처럼 글을 남긴 적 있느냐’는 질문이 있었다”며 “나는 그런 적이 없는데 딸들이 그랬을 수도 있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그는 또 “애국자인 한국계 미국인들을 많이 봤다. 서울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와서 평생을 세계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헌신한 김용 총장을 세계은행 총재에 지명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또 “DMZ의 한미 군인들에게서 양국 유대관계를 봤다. 2년 전 오늘 목숨을 잃은 천안함의 용맹한 군인 46명에게 조의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핵무기 없는 세상처럼 하나 된 한국이라는 비전이 빨리 오지는 않겠지만 한미 동맹 강화로 우리가 바라는 안보와 평화는 더 가까워질 것”이라며 “어떤 시련이 와도 우리는 함께할 것이고 함께 갈 것이다”며 ‘같이 갑시다’는 한국말로 특강을 마쳤다.

오바마 대통령은 강연을 마친 뒤 연단 아래로 내려와 초청 인사들과 인사를 하던 중 학생들이 몰려들자 직접 악수를 하며 대화를 나눴다. 이때 한 여성이 “전쟁을 끝내고, 평화협정에 서명하라”고 영어로 소리를 질러 소란이 일기도 했다.

특강이 이뤄지는 동안 이문동 외대역 앞에서는 수십 명의 학생들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등을 외쳤다.

한편 ‘자국 최초의 여성 총리’ 타이틀을 갖고 있는 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와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는 26일 각각 서울 연세대와 이화여대를 방문해 여성권리 등을 주제로 강연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오바마#외대특강#핵안보정상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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